건강한 아기를 원한다면 ‘계획 임신’부터

남편도 사전에 엽산 복용 등 임신·출산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기사승인 2017-05-20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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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계획임신’은 부부의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원하는 시기에 임신하고,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만 35세 이상 고령임신인 경우 ▲당뇨, 혈압, 자궁근종 등 지병이 있는 경우 ▲생리 불순인 경우 ▲과체중 혹은 저체중인 경우 ▲과거 기형아 출산 이력이 있는 경우 ▲내과적 질병에 대해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임신 전 미리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계획임신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고령 임신·출산이 증가하는 요즘 건강한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하기를 원한다면 임신 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계획 임신은 건강한 아기를 갖는 첫 단계
“계획임신을 한다는 것은 임신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부부가 어떤 아이를 원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신체건강이나, 주거환경, 경제적 상황 등이 미리 이야기돼야 한다”

단국대학교의과대학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계획 임신이 단순히 임신을 위한 시기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아기를 임신·출산하고, 양육하기 위한 신체적·경제적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를 하고 임신을 하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건강한 아이가 성인이 되서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획 임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점점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제일병원 데이터를 보면 35세 이상의 임산부가 50%가 넘고, 40세 이상도 8~9% 정도로 고령이 많다”며 “문제는 고령에 따른 위험요인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운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고혈압·당뇨 등의 질병 발생이 늘거나, 취약해진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계획임신이다”라고 말했다.

“임신을 앞두고 풍진 예방접종을 하면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엽산도 임신 전부터 복용하는 것이 기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술, 담배는 당연히 피해야 하는데 안 좋은 이유를 알고 피하면 더 효과적이다”

한 교수는 “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 우선이다. 현재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태아에 영향은 없는지 알아보고, 만약 기형을 유발하는 등 태아에 위협을 준다면 안전한 약으로 바꿔 임신을 준비하는 것도 임신계획의 하나이다”라며 “위험요인으로 질병력도 중요하지만 체중도 중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고혈압 당뇨 위험이 크고, 임신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대아를 낳는 다거나 거대아 출산에 따른 난산이 있을 수 있기에 미리 감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계획, 부부가 함께 참여해야 효과
특히 그는 임신·출산은 부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여 모두 적극적으로 임신계획을 세우는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임신은 여성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계획임신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남성을 보면 간염이나 감염, 혹은 정자생성이 안되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여성도 생리가 규칙적이지 않은 경우 배란일을 잘 알고 임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음주·흡연·약물 노출은 성기능과 정자에 영향을 주어 난임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자연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임신 전 혈액, 소면, 매독혈청 및 에이즈, 간염, 간기능, 결핵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하고, 필요하다면 임균검사와 정액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그는 “습관적으로, 반복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본인이나 배우자 염색체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체크를 해야 한다. 요즘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라고 해서 미리 시험관 아기처럼 해서 건강한, 정상적인 염색체 아이를 임신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절차들도 임신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쌍 중 1쌍만 계획임신…약물 노출에 연 4만건 임신중절
“연구에 따르면 약 50%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 임신을 하지 않을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실제로 계획되지 않은 임신부들이 약물, 알코올, 흡연, 방사선 같은 기형 유발물질에 세배정도 더 많이 노출되고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결과는 불안감 뿐 아니라 임신 중절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한정열(사진) 교수는 “임신중절을 한다는 것은 본인에게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가 있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약물에 노출돼 1년에 약 4만건 정도 임신중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임신계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계획 임신은 임신 초기 기형 유발물질 노출 확률을 줄여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알코올, 담배가 대표적인 유해물질이며, 일부 기형유발 약물도 계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예비 임신부의 만성질환도 문제가 되는데 당뇨병 임신부의 경우 혈당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기형 발생 확률이 8~9%에 이르기 때문에 임신 전 혈당조절이 필수적이다. 즉 성공적인 계획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계획 임신은 어디서, 어떻게
점점 결혼, 임신연령이 늦어지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첫 임신이 평균 30세를 넘어가고 있어 이제는 계획임신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이 심각하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 예비(임신)부부를 교육프로그램이 부분적으로 있다. 서울시도 금년에 교육프로그램 시범사업을 통해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참여자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예비 임신부부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 혼자만의 고민으로 떠넘겨 지는 경우도 많다. 또 참여자들이 임신·출산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경우, 기형아를 낳은 경우가 많은데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부부로 전환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는 것은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데 많은 현실적인 사회적분위기가 임신출산은 여성에게 짐을 지우고 있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하고 싶지 않은, 짐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며 “때문에 정부가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를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홍콩의 경우 혼인신고를 하면 임신계획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많은 분들이 본인이 가진 질병에 대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임신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에서 임신을 계획하시는 분에게 약물 등 위해물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아내가 면역질환인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을 앓고 있는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내가 임신 26주 눈에 포도막염이 생겼는데 치료하지 않고 임신을 유지할 경우 실명이 올수 있어 당시 임신중절을 했다고 한다. 이후 임신을 하고자 노력했지만 면역억제제,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을 복용하고 있어 대부분 임신에 부정적으로 이야기 했고, 그러던 중 센터를 찾아 실제 기형 발생위험 평가를 해보니 위험이 높지 않아 임신을 하도록 독려해 결과적으로 출산을 잘 했다는 것이다.

-엽산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정열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면서 예방적으로 엽산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복용하는 것도 좋다. 정자의 퀄리티가 좋아지고, 특히 남성이 엽산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임신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등 다른 위해물질 노출 환경을 본인이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관점에서 남성도 엽산 복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임신을 위해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데, 빈혈이 있다거나, 간, 신장 이상, 각종 간염에 대한 면역은 있는지 검사, 남성의 경우 성병이 있을 수 있고,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잡균도 있을 수 있어 그런 부분을 미리 확인을 해서 치료를 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엽산제는 임신 3개월 전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엽산은 태아의 성장 발육을 돕는 필수 영양분으로 임신 초기 태아의 뇌와 신경관 형성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또 무뇌아, 척추이분증 같은 신경관결손증의 발생률을 70%까지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제일병원이 산모교육에 참가한 임신부 1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수정체의 착상기에 엽산을 복용한 임신부는 10.3%(131명)에 불과했다. 

-임신 준비가 아이의 미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정열 교수는 “미국에서 조사한 연구를 보면 임신 전 컨디션, 질병상태 등이 조산, 저체중 출산, 영아사망 등 주요 지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임신 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예로 국내에서 음주·흡연에 대한 연구한 결과를 보면 ADHD가 학령기에 11%에 달하는데 임신 중 음주·흡연과 관련된 유전자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영국의 질병역학자 바커의 가설에서도 임신준비, 임신 중 관리가 아이의 미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산과는 임신하고 오는 곳이 아니다. 임신 전에 방문도 필요하다.
“산부인과는 대부분이 임신을 해서 온다. 하지만 100에 2~3명은 임신을 계획한다고 온다. 그런 분들도 자연유산, 기형아 출산 등 안 좋은 임신결과로 오는 분들 많다. 또는 나이가 많아 걱정돼서, 내가 질병이 있어서 방문한다. 임신을 계획해 외래를 오는 분 설문이나 검사결과를 보면 한가지 이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임신을 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건강상태를 좋게 하고 배란일 맞춰야 임신이 잘 되는데 문제가 있어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라며, “언제 임신을 할까만 생각하는데 임신을 하기 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준비가 됐는지 계획을 세워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신 전 여성 건강검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임신을 계획하는 경우 안전한 임신 및 건강한 아기의 출산을 위해 예비 산모의 위험요인을 미리 평가하는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태아 및 산모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미리 발견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아기를 원한다면 ‘계획 임신’부터임신 전 건강검진 항목에는 ▲전혈검사: 빈혈, 백혈구백분율, 혈소판 ▲간기능검사: 혈당, 간효소수치, 황달, 담관효소 ▲신기능검사: 혈액요소질소, 크레아티닌 ▲소변검사: 혈뇨, 단백뇨, 당뇨 ▲성병검사: 매독, 에이즈 ▲간염검사: B형간염 항원·항체, A형간염 항체, C형간염 항체 ▲풍진항체 검사 ▲수두항체검사 ▲갑상선검사: 갑상선자극 호르몬 ▲혈액형: ABO, RH형, 불규칙항체 ▲자궁경부암검사: 자궁경부암 세포검사 ▲질염검사: 기본 질염 항목 ▲초음파검사: 자궁 및 난소, 난관 초음파 등이 있다.

선택검사로는 클라디미아·마이코플라스마·유레아플라스마 등의 성병검사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검사, 폐검사(흉부X선), 심장검사(심전도), 유방암(유방조영술), 톡소플라스마증 감염항체 검사,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 감염항체 검사, 난소예비능 평가(항퀼러리안호르몬) 등이 있다. kioo@kukinews.com

영상: 고영준 쿠키건강TV 감독
편집: 이지현 쿠키건강TV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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