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40년 지기’와 법정 서는 朴 전 대통령…아직도 억울할까

‘40년 지기’와 법정 서는 朴 전 대통령…아직도 억울할까

기사승인 2017-05-22 13: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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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40년 지기’와 법정 서는 朴 전 대통령…아직도 억울할까[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23일 오전 10시 진행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날 수의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사복을 입고 수갑과 포승줄 없이 법정에 들어설 전망입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올림머리도 없습니다. 올림머리를 하는 데 필요한 금속 핀은 구치소 반입 불가 물품입니다. 피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직업을 무엇이라고 밝힐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무직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인정신문이 끝난 뒤에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18개 공소 사실을 설명하고, 이어 박 전 대통령 측이 각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게 됩니다. 

한사코 같은 법정에 서기를 거부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따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왔습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사건을 병합 심리하면 두 사람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사실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같은 증인을 두 번씩 불러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기 때문이죠.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앞서 있었던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에서 줄곧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3월30일 열린 구속영장심사 최후진술에서는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하는 생각뿐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또 지난 4월 서울 구치소에서 이뤄진 피의자 신문에서는 '삼성그룹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정유라에게 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묻는 검찰의 말에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전화 기록 등 증거물이 모두 박 전 대통령을 '최씨의 공범'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검찰도 달라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윤석열 검사를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 유지"라며 "이를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죠. 윤 지검장이 세월호 7시간,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 비선진료 등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증거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죠.

여론도 싸늘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들어가고 나서도 이틀 동안 직원 당직실에서 머물러 특혜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과오로 인해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박 전 대통령 재판 방청권 추첨에는 무려 500여 명이 몰렸습니다. 경쟁률은 7.7대 1에 달했습니다. 방청권에 응모한 시민은 입을 모아 "박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죠. 박 전 대통령이 냉정한 역사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될지,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린 인물로 기록될지는 온전히 박 전 대통령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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