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대립군' 여진구+이정재=잘 만든 한국형 성장 사극

'대립군' 여진구+이정재=잘 만든 한국형 성장 사극

기사승인 2017-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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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대립군' 여진구+이정재=잘 만든 한국형 성장 사극[쿠키뉴스=이은지 기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왕실을 둘로 나누는 분조(分朝(분조))를 실행한다. 선조 자신과 광해군(여진구) 둘로 나뉜 조선의 왕실. 선조는 명나라에 원군을 청한다는 명목으로 명으로 향하고, 광해군에게는 평안도로 가 신철 장군의 진지에 합류해 의병을 모으고 백성들을 하나로 규합하라는 명을 남긴다. 어리디 어린 광해군은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왕세자라는 멍에를 지고 평안도로 향한다.

선조가 버리다시피한 왕세자 일행이다. 호위 일행이라고 제대로 된 이들을 붙여주었을 리 없다. 왕세자를 호위하게 된 것은 국경에서 여진족과 싸우던 대립군. 이들은 군역의 의무를 돈을 받고 대신해주는 사람들로,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와 곡수(김무열)는 대립군 군역을 한 달 남기고 맡게 된 버거운 임무가 영 마뜩찮다. 거기에 더해 왕세자 일행을 쫓는 일본군의 추격이 코앞에 다가오며 일행들은 저마다 갈등에 휩싸인다.

영화 ‘대립군’은 신분제가 빚어내는 폐해와 신분에 따르는 의무에 대해 갈등하는 사람들, 그리고 능력 없는 왕 아래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을 그린다. 영화는 세상에 폭군으로만 알려졌던 광해군의 폭정 기반에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비정한 버림을 받은 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다룬다. 아무 것도 모르고 휘둘리던 소년 광해는 대립군의 수장 토우를 만나 정말로 백성을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얽매였던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일종의 성장 영화인 셈이다. 만 스무 살이 된 배우 여진구는 자신과 같은 나이인 광해를 맡아 소년에서 어른이 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토우는 광해를 설득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저 의무일 뿐인 군역을 이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대립군들과 세자까지 챙기며 진정한 왕에 대한 질문을 광해에게 던진다. ‘관상’의 수양대군이 지니고 있던 카리스마는 토우에게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온전한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것이 낫다. 많은 사건들이 광해군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기 때문이다. 극중의 많은 대사들 또한 실제 역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미소를 띠기보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15세가. 오는 31일 개봉.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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