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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라디오 PD는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야… 순발력 중요한 직업”

[듣보잡] “라디오 PD는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야”

이준범 기자입력 : 2017.05.24 11:06:51 | 수정 : 2017.06.20 09:46:26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라디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혹은 노래 소리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밝은 햇살과 함께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고 싶거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심심함을 달래고 싶을 때,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마다 라디오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라디오 PD는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관여하며 매일 얼굴 모르는 청취자를 만나는 직업이다. 하지만 라디오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비해 라디오 PD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김휘연 KBS 라디오 PD를 만나 어떤 경로로 PD가 됐고,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라디오 PD를 꿈꾸는 취직준비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지 물어봤다.

-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KBS 41기 라디오 PD 김휘연입니다. 매일 오후 4~6시 방송되는 KBS 쿨 FM ‘온주완의 뮤직쇼’에서 조연출을 맡고 있어요. PD, 작가들과 같이 콘셉트부터 코너 구성, 시그널과 코너 음악까지 준비한 끝에 지난 15일부터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이에요. 청취자들이 오후 4~6시 시간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 마무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하고 있어요. 전 주말 방송 위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 일을 시작한 이후에 느끼는 라디오 PD는 어떤 직업인가요? = 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순발력이 중요한 직업이에요. 생방송이라서 돌발적인 변수가 많거든요. 전화 연결이 갑자기 끊어지거나, 차가 막혀서 게스트가 늦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DJ가 시간을 벌거나 코너 순서를 바꿔야 하죠. 멘트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긴 노래로 갑자기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생방송의 묘미라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죠.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1초도 넘기면 안 돼요. 큐시트가 숫자로 빽빽해질 때까지 실시간으로 시간 계산을 계속해야 하죠. 그래도 생방송을 할 때가 가장 즐겁고 생동감 있어요. 진짜 방송국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 라디오 PD가 시사·교양, 예능, 드라마 PD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요? = 라디오 방송은 매일 하니까 상대적으로 가늘고 긴 느낌이에요. 드라마나 예능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몰아서 힘들게 일하고 쉰다면, 저희는 쉬지 않고 붙잡고 있는 느낌이죠. 방송이 끝나면 바로 다음 방송 준비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또 보통 한 프로그램을 1~3명의 PD가 담당하기 때문에 누군가 휴가를 내면 다른 사람이 혼자 여러 프로그램을 담당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 혹시 라디오 PD만의 직업병은 없나요? = 묵음을 못 참아요. 동료 PD들끼리 얘기하다가도 침묵이 이어지면 방송 사고라고 얘기하죠. 보통 8초 이상 말이 없으면 방송 사고라고 하거든요. 단순히 DJ가 잠시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올 수도 있지만, 듣는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방송 사고라서 경위서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또 의식적으로 귀를 잘 관리하려고 해요. 듣는 게 직업이니까 되도록 큰 소리로 안 들으려고 하죠.

- 라디오 PD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방송반 활동을 하기도 했고요. 새벽에 라디오를 들으면 방의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또 고등학교 때 라디오가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던 것 같아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라디오 PD가 되셨나요? = 항상 라디오 PD가 1순위였어요. 하지만 뽑는 인원이 워낙 적어서 계속 준비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관악 FM에서 프로그램 제작 자원 활동을 하며 라디오 PD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틈틈이 라디오 PD 특강을 계속 찾아다니기도 했고요.

KBS 라디오 PD 공채가 떴을 때는 스터디를 꾸려서 일주일에 세 번씩 계속 글을 쓰며 준비했어요. 서류 전형을 통과한 다음에는 논술, 상식, 방송학까지 세 과목 필기시험을 봤어요. ‘라디오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받는 순간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실무 면접은 주어진 주제를 받고 30분 만에 기획안을 써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어요. 최종 면접에서는 실무 외에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 라디오 PD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일단 장점은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따뜻함이 있는 것 같아요. 라디오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청취자 분들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확인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죠. 또 소규모로 일하다보니까 수십 명의 인원을 컨트롤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어요.

반대로 단점은 소규모여서 문제가 생기면 수습하기 힘들다는 점이에요. 매일 만나는 사이니까 얼굴 붉힐 일을 만들기도 힘들고요. 출퇴근 시간 변화가 큰 것도 특징인데 장단점 모두 있는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라 담당 프로그램에 따라 평일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건 단점이에요. 또 갑자기 담당 프로그램이 바뀔 수 있어서 미래를 가늠하기도 어려워요.

- 라디오 PD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뭔가요? = 요즘엔 라디오를 잘 안 듣잖아요. 라디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새로운 청취자를 유입시키기 힘든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분들만 해도 라디오를 경험했던 기억이 있어서 낯설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10대들은 라디오를 들어본 경험이 부족해서 나이 든 이후에도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라디오는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듣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 블루투스로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경우도 많아졌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개발된 것도 걱정이에요. 운전을 하면서 눈이 자유로워지면 라디오 대신에 책을 읽거나 TV를 보지 않을까 싶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누구를 위해서 방송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 라디오만의 매력도 있지 않을까요? = 라디오는 나와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매체예요. 수신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장 저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매체죠. 또 TV를 보는 것도 피곤할 정도로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는 라디오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라디오 이외에도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마음을 가라앉히게 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도 인기고 네이버에서는 오디오 클립을 론칭했어요. 이젠 라디오도 지상파 방송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라디오 PD를 꿈꾸는 취직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라디오 PD 준비가 정말 가시밭길이에요. 많이 뽑지도 않고 미래도 불투명하니까요. 직업보다는 가치관에 중심을 두는 게 어떨까 싶어요. 실현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가 라디오 PD라는 느낌으로요. 그러면 안 되더라도 가치관에 맞는 다른 일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전형 과정에서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같아요. 긍정적이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또 다양한 생각과 의견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도 중요한 것 같아요. 청취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면 사연이 와도 활용할 수 없거든요. 라디오 PD는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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