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을기록하다⑨] 간절히 바라던 아기가 우리 곁으로

어느 부부의 난임 극복이야기

기사승인 2017-05-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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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박예슬 기자] 김수영(41)씨는 둘째가 갖고 싶었다. 2012년에 결혼을 하고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자연임신으로 첫째 아이를 낳았다. 김씨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상에 즐겁고 기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아이가 돌을 지나던 무렵, 김씨는 둘째도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곧바로 결심으로 이어졌지만, 임신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의 나이는 어느덧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김씨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주변에도 첫째는 순조롭게 임신했지만 둘째가 생기지 않는 2차성 난임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안 되는 거겠지, 더 이상 안 생기면 어쩔 수 없지 하고 포기하는 엄마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김씨. 아이 혼자만 두는 것도 걱정이 됐지만, 무엇보다 첫애가 크면서 어린이집을 다니더니 동생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엄마, 나는 왜 동생이 없어? 나도 동생이 갖고 싶은데.”라고 묻는 날이 잦아졌고, 이에 김씨는 ‘역시 둘째가 있어야겠구나. 그래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지’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도움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인공수정. 물론 자연임신보다 성공률이 좋은 건 아니지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결과는 원하던 답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용기를 갖고 두 번째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인공수정하고 집에 가는 길에 김씨의 남편이 말을 걸었다. “추어탕이 착상에 좋다고 하는데 잠깐 먹고 갈까?” 추어탕 집에 들려 김씨는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밥그릇을 싹싹 비웠다. 이번엔 꼭 성공하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던 걸까. 돌아오는 답은 마찬가지였다. 담당 의사의 확인을 받고 대기실로 나왔는데, 어떤 산모가 엉엉 울고 있었다. 김씨처럼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김씨도 주변 산모들도 감정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저도 잘 안 됐어요.” 김씨의 말에 대기실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김씨는 “그땐 첫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산모만 봐도 너무 부러웠다.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뭐 하나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나면 밤새 악몽을 꾸곤 했을 정도”라며, “정말 힘든 시기였다. 남편한테는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하면서 짜증도 많이 냈다. 그래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김씨는 시험관 아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비록 몸이 힘들고 아파도 이걸 다 극복하면 예쁜 아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씨의 남편도 곁에서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그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김씨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져주기’였다.

김씨 남편은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난임치료) 과정을 겪어오면서 느낀 건, 아내가 신경이 상당히 예민할 때가 많다는 것”이라며 “짜증이 나는 등 감정 상태의 변화가 많다보니 그럴 때마다 아내의 감정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간절한 바람과 노력이 드디어 통했던 걸까. 시험관 임신은 성공적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둘째가 마침내 그들 곁으로 찾아온 것이다. 지금 현재 아기는 김씨의 뱃속에서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많은 탓에 임신이 더욱 어려웠던 김씨는 다른 부부들에게 아기를 낳을 거라면 최대한 서두르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하고 몇 년 후에 언제쯤 아기를 낳아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단, 가능한 바로 임신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아지면 시간도 많이 들고 더 힘들기 때문”이라면서, “정작 내가 아기를 원할 때 다른 건 다 가질 수 있어도 아기만큼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그리고 둘째가 잘 안 가져지는 분들은 포기하지 마시고 병원의 도움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 남편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내와 싸워봤자 남는 건 없다. 남편 분들이 안 질 수 있어도 아내에게 져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마음을 갖고 간다면 좋은 아기가 찾아올 거라고 본다”며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김수영씨의 주치의인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송인옥 교수는 난임의 원인에 대해 크게 남성, 여성, 둘 다, 원인불명 총 4가지로 구분했다. 송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환자분이 자기 상태 먼저 검사한 다음에 문제가 없으면 남편이 검사를 할 거라고 하시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난임 문제에 있어 남자는 정자 상태만 반영되지만, 반면에 여자는 난자의 상태, 수정, 착상 등 여러 가지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하게 남자가 먼저 검사를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오로지 환자한테만 집중할 수 있다. 그게 시간적으로나 여러 가지 방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좋다고 송 교수는 강조했다.

송 교수는 “난임 환자들은 ‘이번엔 꼭 돼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 하지만 이게 심할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 강도가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성공하신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시술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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