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급증하는 수면제 이용 범죄

기사승인 2017-05-25 2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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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아나운서 ▶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키워드 포착. 오늘은 이승희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승희 기자, 안녕하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수면제 범죄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수면제 관련 범죄가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어떤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고, 또 왜 수면제를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지, 쿠키뉴스 이승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관련 사건들부터 볼게요. 이 기자, 수면제를 이용한 범죄. 어떤 경우가 있었나요?

이승희 기자 ▷ 추행 등과 같은 범죄부터 살인까지, 수면제를 이용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2015년 가을이었죠. 한 30대 남성 약사가 커피전문점 앞에 쓰러져 있던 50대 취객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50대 취객은 경찰조사에서 이 약사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라고 진술했는데요. 그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탄 음료수를 건네 정신을 잃게 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약사가 수면제를 이용해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면, 약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인 만큼, 더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을까요? 

이승희 기자 ▷ 네. 평소에도 그 약사는 동성에 대한 성적 충동 요구가 있어서, 이런 범죄를 계획하기 위해서 졸피뎀 음료수를 휴대하고 다녔다고 진술했습니다. 약사니까 스스로 알약 형태의 졸피뎀을 가루로 분쇄해서 음료수에 타서 휴대하고 다녔고요. 또 차 안에서 졸피뎀 50정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누구보다도 약 사용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그런 사건의 당사자가 되다니. 참 난감하네요. 그리고 이런 사건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있었죠?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여행 전문 인터넷 카페에 택시 투어를 하다가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요. 택시 관광을 하던 한국인 여성 3명이 야시장에 가는 중이었고요. 기사가 요구르트를 건넸지만, 앞자리에 있던 여성은 마시지 않았고, 뒷좌석에 탔던 여성 2명이 마셨는데, 바로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구르트를 마시지 않은 여성은 친구들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혼자 1시간 정도 관광을 했는데, 그 사이에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수면제를 이용한 것도 그렇지만, 택시를 이용한 범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아무래도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다보니,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 후 어떻게 됐나요?

이승희 기자 ▷ 피해 여성들은 카페를 통해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현지 경찰과 타이완 주재 한국 대표부에 신고를 했고요.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택시 기사를 검거했는데요. 문제의 택시는 한국에도 상당히 알려진 택시 회사입니다. 택시 기사는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결국에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고요. 또 피해 여성들의 혈액 검사 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이 됐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렇게 추행부터 폭행까지 여러 사건에 수면제가 이용되고 있는데요. 이제 범죄에 악용되는 수면제에 대해 알아볼게요. 수면제. 어떤 약물인가요?

이승희 기자 ▷ 우리가 살다보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물론 약보다는 생활 습관 개선과 적당한 먹을거리로 극복하는 게 좋은데요. 만약 그런 노력에도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마지막 해결책이 바로 이 수면제입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수면제는 불면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인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 불면증 치료약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건데요. 그리고 수면제에도 종류가 있어요. 수면제도 있지만, 수면유도제도 있잖아요. 두 가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성분에 차이가 있을 뿐, 잠에 빠지게 한다는 점은 같은데요. 다만 수면제는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수면유도제는 소화제나 진통제 등과 같은 일반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보통 수면유도제는 주로 일과성 불면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되는데요. 그 일과성 불면증이란,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2주가량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수면 장애를 말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그 성분도 다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먼저 수면유도제는 주로 디펜히드라민이나, 독실아민 등 항히스타민 계열의 약입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졸음이 오는데, 이런 진정 작용을 이용해 잠이 오도록 만든 게 수면 유도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최근에는 수면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비항히스타민 계열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군요. 아마도 그 수면 유도제보다 수면제가 더 강한 성분일 것 같은데요. 그럼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수면제는 어떤 약물인가요?

이승희 기자 ▷ 수면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가 대표적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플루라제팜과 트리아졸람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요.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종류에 따라 진정 수면과 항불안, 근육 이완 등의 효과를 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수면 뿐 아니라, 불안증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는 건데요. 성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먼저 트리아졸람은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사용되는데요. 15~30분 이내에 잠이 들고, 6~7시간가량 지속됩니다. 또 플루라제팜은 반감기가 10시간 이상으로 길어 잠에서 일찍 깨는 후기 불면증이나 수면 유지 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게 되죠.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로는 졸피뎀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요. 아마 이 졸피뎀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졸피뎀은 효과가 신속하고 약물의 잔재 효과가 적은 편이고요.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와 달리 항불안, 근이완, 항간질 등의 작용이 없고, 호흡 억제 기능도 적어 호흡 장애가 있는 환자들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면제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런 수면제들이 다 범죄에 악용되는 건가요? 그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약물은 어떤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일반 수면제로 효과가 없거나 다른 정신과적 복합질환이 있는 경우에 약한 수면제 대신 플루니트라제팜 성분의 강한 수면제가 처방되는데요. 이 성분의 수면제는 하얀색 알약으로 탄산음료나 술에 섞으면 냄새도 없고, 맛도 느껴지지 않으며 색깔도 투명해 집니다. 그래서 많이 이용되죠.

이승연 아나운서 ▶ 일반 약과 다르게 무색, 무취, 무미이기 때문에 더 악용될 확률이 크군요.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그래서 소위 물뽕이라 불리는 3대 데이트 강간약으로 분류되는데요. 수면제로 본인이 처방을 받아서 다른 여성의 음료수에 몰래 한 알을 타 먹이면, 약 1시간 내에 여성이 쓰러질 수 있고, 이후에는 성범죄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가끔 클럽이나 술집에서 여성들에게 약을 먹이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그 때 사용하는 수면제가 이 플루니트라제팜 성분이군요?

이승희 기자 ▷ 네. 몸을 마취시키는 효과와 기억상실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훨씬 강력하고요. 그 부작용은 알코올과 같이 섭취했을 때 더욱 위험해 집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단 한 알 1mg 복용만으로 효과는 8시간이상 지속되는데 12시간 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알약 자체가 원래 탄산음료나 술에 잘 녹는데, 복용 후 30분 째부터 판단력을 잃게 되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능력을 상실하게 되며, 이때부터 일어나게 되는 일은 기억상실이 나타나는데, 8시간 이상 blackouts이 생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게 무슨 말인가요? 원래 수면제를 먹으면 그냥 잠이 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판단력을 잃고 운동능력까지 상실하게 된다는 게 가능한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정상적으로 의료용 수면제로 복용하면. 20분 째부터 약효가 나타나서 환자 본인이 침대에 누워서 숙면을 취하고 8시간 전후에 깨어나게 되겠죠. 하지만 강간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 데리고 나가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술에 많이 취한 여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부축하는 형식으로 같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피해 여성은 강간과 같은 범죄를 당하고도, 나중에 깨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하게 되는 거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기억나는 것은 본인도 모르게 약을 먹은 30분 째 까지 입니다. 쉽게 말해서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술에 만취하고 필름이 끊긴 상황처럼 되어버리는 약인 것이죠. 미국 경찰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여성들이 대학 내의 낮선 장소에서 벌거벗은 채로 깨어나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고 합니다. 성폭행 징후는 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니, 당연히 수사에 어려움이 있게 되죠.

이승연 아나운서 ▶ 물에 잘 녹고, 맛도 안 나고, 냄새도 없으니 많은 피해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수면제를 법적으로 색도 나게 하고, 맛이나 향을 첨가하게 한다면 범죄에 악용될 확률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국내에서 수면제 관련 범죄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약물이 바로 졸피뎀이에요. 그 졸피뎀에 대해서도 좀 알아볼게요. 이 기자, 졸피뎀은 어떤 약인가요?

이승희 기자 ▷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말하는 건데요. 오남용할 경우 인체가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처럼 중독되면 자살충동과 환경증상을 일으키고, 각종 범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래서 그런지 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어떤 경우가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물티슈 업체 전 대표 유 모씨가 의사 처방 없이 구한 졸피뎀을 복용하고서 연쇄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었고요. 2013년에는 30대 성형외과 의사가 졸피뎀을 성범죄에 악용했다 구속됐습니다. 또 40대 카페 주인이 여성 종업원 15명에게 졸피뎀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정신을 잃으면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적도 있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졸피뎀은 다른 성분보다 유난히 과다 복용이나 범죄 악용 사례가 잦은 것 같아요.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일단 수면 유도 시간이 30분미만으로 빨라,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또 하나는 졸피뎀의 경우, 구하기가 상당히 쉽기 때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약물인데. 어떻게 구하기가 쉽다는 건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네. 졸피뎀은 의사 처방 없이 반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거의 인터넷을 이용해 구매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방송인 에이미 씨가 졸피뎀을 처방전 없이 불법으로 구매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있기도 했었죠. 

이승연 아나운서 ▶ 아무리 그래도 마약성 의약품인데.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을까요?

이승희 기자 ▷ 제가 직접 검색해 봐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졸피뎀 팝니다. 라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수면제 치사량, 여성 작업제 등 범죄를 암시하는 문구로 구매를 유도하는 글도 있습니다. 단속이 심해지자, 일부 업체는 SNS로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OO약국, #OO약 판매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려놓은 뒤, 1 대 1로 구매자와 접촉해 판매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졸피뎀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놓은 의미가 없네요. 그렇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기도 하고, 그 외에 또 다른 방법도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9000여정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20대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도 있었죠. 그는 불면증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복용하던 중 수면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가족과 친구 등 지인들과 우연히 알게 된 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처방전을 발급받아 수면제를 구입, 복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아무리 수면을 위해서라고 해도, 워낙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고, 또 남용도 심각한 상황이니까요. 뭔가 대책이 시급한 것 같은데. 이 기자, 관련 대책이 나와 있나요?

이승희 기자 ▷ 수면제 관련 범죄 1위 의약품의 불명예를 안은 졸피뎀 처방에 대해 병원계가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수면유도제 졸피뎀 처방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병원장에게 보냈는데요. 최근 불면증 환자 등에게 사용하도록 권고된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범죄에 악용하거나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입니다. 졸피뎀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 투여하고 허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 사용하길 바란다는 내용이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약들의 불법 거래에 대해서도 한 번 살펴볼게요. 졸피뎀 뿐 아니라 다른 약도 은밀히 거래되고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네. 꽤 많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나 SNS에서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데요. 불법 의약품을 전문으로 파는 사이트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요. 아예 조직적으로 마케팅하는 일당도 있고, 일부 개인은 처방받고 남은 약품을 팔기도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개인이 팔기도 하고, 조직적으로 판매도 하는 군요. 그럼 졸피뎀 외에 또 어떤 약들이 거래되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일단 가장 흔하게 거래되는 의약품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 치료제입니다. 여성흥분제 흥분크림 등 성관련 의약품도 기획 상품으로 함께 팔고요. 게시판에는 약을 잘 받았다, 배송이 빠르다는 구매자들의 후기도 속속 올라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발기부전 치료제 같은 경우, 병원을 찾아 진단 후 처방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불법적으로 구매하는 건가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찾는지, 고객층이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병원에서 정식 처방을 받지 못하거나 처방 기록을 피하려는 이들이 주 고객이죠. 결국 여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죠. 떳떳하다면 그렇게 불법적으로 살 이유가 없겠죠. 이승희 기자, 그럼 아예 국내에서 수입과 판매가 금지된 의약품도 거래되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먹는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프진이 대표적인데요. 미프진은 자궁에서 태아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약으로, 유럽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판매를 허용하고 있지만, 낙태죄가 있는 한국에서는 수입 금지 품목으로 분류돼 있죠. 또 각종 다이어트약도 자주 매매되는 품목인데요. 거기에는 시부트라민 성분이 들어 있어 문제가 됩니다. 이 성분은 뇌졸중 등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국내 유통이 금지돼 있거든요. 

이승연 아나운서 ▶ 허가를 내주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렇게 국내에서 허가가 나지 않은 그런 약들을 어떻게 들여오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의약품 상당수는 해외 직구로 조달되고 있습니다. 현행 관세법은 판매 목적이 없을 때에 한해 의약품 해외 직구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처방전이 없으면 6병 이하, 처방전이 있으면 최대 3개월 치까지 해외 의약품을 들여올 수 있고요. 약사법과 달리 의약품의 인터넷 거래를 허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죠.

이승연 아나운서 ▶ 수입 금지 의약품도 직구를 통하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네. 불법 사이트들은 세관당국이 개인 택배를 일일이 뜯어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데요. 또 금지 의약품 포장을 일반 의약품으로 바꾸는 통갈이 수법도 동원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약을 구한 뒤 영양제 통에 담아 보내기 때문에, 세관에서 잘 걸리지 않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물들. 그리고 국내에서 아예 판매가 금지된 의약품들이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와 남용하고, 또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요. 이기자, 이렇게 불법 의약품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이승희 기자 ▷ 일단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은 약사가 약국 안에서만 판매할 수 있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요. 하지만 구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그래서 불법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고요. 또 수요가 끊이지 않다 보니 불법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하지만 그런 불법 의약품을 먹고 부작용이 생겨도 보상은커녕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승희 기자 ▷ 네. 실제로 한 직장인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은 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구토 증세에 시달린 사례가 있었는데요. 남자는 판매업자에게 환불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구매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불법 낙태약을 먹었는데 하혈이 멈추지 않는다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와 관련해서 보다 확실한 대책과 강경한 처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수면제와 약물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기자, 다른 나라의 경우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나라 별로 다른데요. 호주,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일본, 맥시코, 네델란드, 싱가포르, 남아프리카, 영국 등에서 의료용 수면제로 병원에서 처방이 되고 있고요. 스웨덴, 슬로베니아는 미국처럼 의료용에서 삭제하고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는 우리나라에서 몰핀처럼 의료용 마약으로 관리하고,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특정의사만 처방이 가능하게 변경했고요. 최근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도 의료용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규제 강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미국이 의료용으로 처방하다가 마약으로 규정을 바꾼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또 유렵의 여러 나라들도 규제 강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요. 우리나라도 보다 정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우는 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이승희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승희 기자 ▷ 네. 감사합니다.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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