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권율 “‘귓속말’ 시작 전엔 자신감, 촬영하며 무너졌다”

권율 “‘귓속말’ 시작 전엔 자신감, 촬영하며 무너졌다”

기사승인 2017-05-26 17: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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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인세현 기자] 권율은 인터뷰를 즐기는 배우다.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고 유려하고 적확한 비유를 첨부한다. 최근 서울 팔판로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인터뷰는 작품 후 공허함을 풀어내는 행위”라고 말했다. 작품 내 캐릭터와 인간 권율을 분리시켜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권율은 “연기 할 때 그 캐릭터가 된다기보다 그 역할을 좋아하고 따라하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권율에게 작품 종영 인터뷰란 몇 개월 동안 열렬히 사랑했고 온힘을 다해 닮고 싶었던 인물을 떠나보내고 마무리 짓는 시간인 셈이다.

권율은 지난 몇 달 간 SBS 월화극 ‘귓속말’의 매력적인 악역 강정일을 연기했다. ‘귓속말’은 방영 전 부터 묵직한 주제를 완성도 있게 풀어내는 박경수 작가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훌륭한 대본을 탄탄한 연기로 풀어냈기 때문일까. ‘귓속말’은 20%(닐슨코리아 기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무리 됐다. 이에 권율은 “좋은 성적이 드라마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보상이 된 것 같다”며 “감사하고 기쁘면서도 홀가분한 상태”라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귓속말’은 한 회 안에서도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전개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의 폭을 경험하며 고저 차이가 큰 감정 상태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 회 안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죠. 높낮이가 너무 컸어요. 바닥을 쳤다가 분노했다가 다시 바닥을 기어가고…. 그런 것들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표현해야 하는 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엄청나게 몰입해서 감정을 쏟았죠. 연기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큰 힘이 필요했어요. 음계로 예를 들면 ‘솔’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세 옥타브 높은 ‘솔’을 냈던 거죠. 그래야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일각에서는 ‘귓속말’의 계속되는 반전이 시청자의 피로감을 더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박경수 작가의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관해 권율은 “박경수 작가님의 전작에는 멜로가 적었지만, 이번에는 멜로가 한 축을 담당했다”며 “장르적인 부분에 열광하셨던 분들이 보기엔 낯설 수도 있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 ‘귓속말’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들은 감정적으로 이리저리 오가는 연기를 해야하니까 힘들었지만, 시청자 분들에게는 반전이 하나의 재미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반전의 묘미가 있는 거죠. 좋지 않은 평가도 있었지만 저는 반대로 우리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흔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박 작가님만이 구조로 잘 풀어내신 거죠.”

[쿠키인터뷰]  권율 “‘귓속말’ 시작 전엔 자신감, 촬영하며 무너졌다”

최근 작품에서 꾸준히 악역 연기를 선보인 권율은 ‘귓속말’의 강정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권율은 이에 대해 “작가님과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작품 시작 전에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촬영을 하며 “무너졌다”는 것.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잘 한 것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은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끝까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강정일의 엔딩에 대해 ‘복수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강정일은 강정일의 방법으로 반성하고 자신이 나가야할 방향을 찾는 거죠.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마지막 장면을 잘 보시면 강정일이 아버지 사진을 쳐다볼 때 그 밑에 편지들이 붙어 있어요. 누군가에게 썼지만, 아직 부치진 못한 거죠. 짧은 장면 안에서도 여러 향을 내고 싶었다고 할까요.”

열렬하고 섬세하게 강정일을 쫓아 결국 강정일이 된 권율은 이제 배역을 벗고 당분간 인간 권율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지낼 생각이다. 당장 오늘 밤에 있을 축구 경기와 다음주에 NBA 농구 경기를 볼 생각에 설렌다고 눈을 반짝였다. 그런 권율에게 몇 개월 동안 함께했던 강정일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은 멋지고 훌륭하지만, 그 안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송곳 같은 리더가 아니라 모든 걸 다 담을 수 있는 리더가 되면 어떨까. 너는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가게 될 사람이니까”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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