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㊴] 커피와 앞치마를 두른 대통령

기사승인 2017-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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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독 커피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커피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도 커피관련 기사가 빠지지 않는다. 특히 얼마 전에는 후보시절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고 서빙(Serving)하는 장면이 신문지상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혹자는 종이컵이나 커피 자체를 문제 삼았지만, 필자는 대통령이 입고 있는 앞치마에 유독 눈이 갔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을 바리스타(Barista)라고 한다. 바리스타들은 대개 작업대(Bar)에서 음료를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커피와 우유를 다루고 시럽과 각종 소스(sauce)를 사용하는데,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유거품이나 다른 비산물들이 옷에 튀기 때문에 앞치마를 입고 음료를 만든다.

바리스타들이 입는 의상은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흰색이나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으며, 그 위에 앞치마를 받쳐 입는다. 입지 않는 바리스타도 있지만 안 입는 것보다 입는 것이 여러모로 깨끗해 보이고 위생상 좋아 보인다. 

그렇다면 앞치마는 인류 역사 속에 언제 등장했을까? 고대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이나 상류층들이 권위의 상징으로 앞치마를 입었다고 전해지는데, 기독교의 경전인 성서에 보면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이 입었던 거룩한 옷인 ‘에봇’이 앞부분만 가린 앞치마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앞치마는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함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유럽에서는 중세에 들어서면서 군인들이 무장(武裝)의 용도로 앞치마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며 16세기 유럽의 상류사회에서는 여성들이 권위와 품격을 나타내기 위해서 아름답게 장식된 주름진 앞치마를 입었다고 한다. 17세기에는 앞치마가 대 유행하여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했는데, 프랑스의 앙리 4세비(妃)의 앞치마는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장식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평민들은 세탁이 용이하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실용적인 용도로 입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앞치마는 등장한다. 1592년(선조25년) 2월 임진왜란 당시에 3만 왜군(倭軍)이 지금의 행주산성으로 쳐들어왔는데, 이때 전라도 순찰사로 있던 권율장군이 정병 2천300명, 승병, 농민군들과 함께 성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여인들이 긴 치마를 잘라 짧게 덧치마를 만들어 입고는 치마폭에 돌을 주워 담아 전쟁의 승리를 견인했다고 한다. 이것을 행주치마라고 불렀고, 그 이름을 따서 행주산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한편 커피와 관련한 앞치마의 기록은 1690년 그리스 크레타 섬 출신인 칸디아(condiot)라는 사람이 처음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바구니를 배 쪽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커피주전자를 들고 행상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커피요~”라고 소리치며 다녔고, 그 소리를 듣고 컵을 들고 나온 손님에게 커피를 따라주면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최초의 케이터링(Outside Catering) 커피상인이 아니었을까? 그가 찾아가는 커피 서비스를 하면서 몸에 두른 것이 앞치마였다. 

살펴본 것처럼 앞치마는 단순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이기 전에,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고, 부와 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으며, 유행에 앞서나가는 여인들의 감각을 뽐내는 도구이기도 했고, 어려움을 겪을 때에 나라와 민족을 구한 여인들의 애국심의 발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바리스타들이 두른 앞치마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름이 아닌 섬김에 대한 각오이며 표현이다. 가정에서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면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처럼, 더 이상 앞치마는 권위의 상징도 자신의 부귀를 자랑하는 도구도 아니라 섬기겠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앞치마를 두른 대통령, 종이컵이나 커피보다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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