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공공정신보건 영역, 인력·예산 지원이 필요한 시점

기사승인 2017-05-29 09: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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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공공정신보건 영역, 인력·예산 지원이 필요한 시점예전에 호주의 해드스페이스라는 곳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해드스페이스는 호주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지원시설로 지역사회 친화적인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한 해드스페이스는 철도역 바로 옆에 상점들과 함께 위치하고 있었고 동네 아주머니가 안내해 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었으며 학생들도 등 ·  하굣길에 편견 없이 방문하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실시한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중 58. 7%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73. 4%는 ‘그냥 이름만 알고 있다’고 답했고,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겨우  21.5%에 불과했다. 또 정신건강문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누구와 상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족이 44.5%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친구 또는 이웃이 각각 17.3%,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고 대답한 사람은 14.8%에 그쳤다.

 만약, 신체적인 건강에 대해 같은 질문을 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 지역사회 보건소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고혈압과 같은 내과 질환이 있을 때 가족이나 친지에게 상담 받는 사람은 드물 것이며 보건소에서 고혈압 약물 복용과 관련해 관리를 해 준다면 이를 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을 때 우리는 어디서 상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우며 가족이나 친구와 상담한 후 전문가와는 상담하는 것을 꺼려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 각 시·군구에 위치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약물 복용이 필요한 정신질환자 관리 사업, 지역사회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예방 사업,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자살 위기 개입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먼저 각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 1회 비상근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람들이 원할 때 의사를 만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으로 이송되거나 병원 치료 후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의 수도 적은 편이다. 일하는 직원들도 고용이 불안정하니 자주 바뀌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병원과 같은 민간 서비스 외에는 공공 영역에서의 서비스는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증상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상담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지역사회 주민들이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방문하기 전에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정신건강문제가 있을 때 병·의원 치료에 연계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병·의원 치료 중에도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활성화된다면 약물 복용 중단으로 병이 악화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를 방문하면서 해드스페이스 처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센터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쉽게 편견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겠지만 정신건강센터에 대한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종일 근무하고 직원들이 충분한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이 늘어난다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다. 언제까지 정신건강의 문제를 민간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정신건강증진센터 나아가 공공정신보건 영역에서의 인력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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