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e스포츠도 토티를 가질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7-05-29 17: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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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29일 새벽(한국시간), AS로마의 ‘백전노장’ 프란체스코 토티가 은퇴식을 치렀다. 그의 나이 만 40세, 로마 유니폼을 입은 지 28년 만이었다.

토티는 삶의 절반 이상을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보냈다. 로마인들은 그런 캡틴을 향해 끊임없이 박수를 치고, 이름을 연호했다. 전설에 대한 예우였고, 축구사에 길이 남을 장관이었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종목 불문하고 부진한 자는 금방 잊히는 곳이 프로의 세계다. 불혹의 토티는 어떻게 이처럼 멋지게 커리어를 매듭지을 수 있었을까. 젊은 경쟁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강인한 육체를 끝까지 유지했고, 그들의 패기를 제압할 만한 노련미를 갖췄기에 가능했다.

문득 e스포츠도 토티 같은 레전드 스타를 역사에 새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근 아프리카 스타크래프트 리그(ASL)에서 활약하고 있는 ‘택뱅리쌍’이나 ‘태풍’ 이영한의 놀라운 게임운영을 보면 자연스레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최전성기에 비하면 멀티태스킹 능력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신의 영역’이다. 만약 스타리그가 계속 유지됐다면 이들도 토티처럼 전설 대우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허나 로마가 무너지지 않는 한 영원히 문 닫지 않을 스타디오 올림피코와 달리,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무대들은 전부 사라졌다. 이제 ASL과 인터넷 스트리밍 채널만이 이들을 반긴다.

예전만큼 거대한 규모의 스타리그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년 전 발매된 게임을 위해 수억 원의 상금을 지원해줄 스폰서는 없다. 해결하지 못한 병역 문제 역시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그렇기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들의 지금이 아쉽다. 이들은 보다 더 큰 무대와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멋지게 커리어의 끝을 장식할 자격이 있다.

[옐로카드] e스포츠도 토티를 가질 수 있을까

언젠가 ‘페이커’와 ‘페이커’의 팬들도 겪을 고민이다. 더 먼 훗날에는 오버워치 스타 ‘이펙트’나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e스포츠 스타의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가 다 했을 때, 오버워치의 흥행이 멈췄을 때 이들은 어떤 무대에서 어떤 형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될까.

기존 스포츠들과 달리 e스포츠는 종목마다 모기업이 다르다. 그에 따라 운영방침도, e스포츠로서의 유통기한도, 시장에서의 권력도 제각각이다. 지금 당장 실내무도 아시안 게임의 e스포츠 종목을 정하는 일도 특정 기업과 OCA의 불통식 진행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불혹의 ‘페이커’가 SK텔레콤 유니폼을 벗는 것, 서른다섯 살의 ‘이펙트’가 원소속팀 ‘더 메타’로 귀환하는 일. 어찌해야 가능할까. 함께 생각해볼 문제다.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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