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월31일 세계 금연의날…아직도 담배가 산업인가

기사승인 2017-05-31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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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월31일 세계 금연의날…아직도 담배가 산업인가[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5월31일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이다. 많은 금연정책을 마련해 얻어낸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담뱃값 인상,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등 다양한 금연정책을 펼쳐왔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흡연피해 소송이다.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르면 소송을 금연정책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담배와의 전쟁은 2014년 4월1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 BATK 등 담배제조사를 대상으로 흡연 피해소송을 제기한 날이기 때문이다. 

소송의 청구내용은 흡연으로 인해 폐암 또는 후두암이 발병한 대상자 3484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비 537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까지 변론기일 12회, 변론준비절차 3회가 진행됐다.

이번 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정리한 5가지 쟁점으로는 ▲건보공단이 직접손해배상청구 가능 여부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 ▲피고들의 제조물 책임 ▲피고들의 불법행위 책임 ▲원고 손해의 범위 등이며, 현재 제조물책임에 대해 1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담배소송에서 담배제조사가 믿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세금’이라는 생각이다. 담배로 인한 세수 충당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강하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하다. 반대로 보면 정부 일각에서 세금 확충을 위해 국민건강을 외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담배 판매에 따라 얻는 세금은 어디에 쓰일까. 담배 한갑(궐련 20개비)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지방세(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1450원 ▲국세(개별소비세594원, 부가세 433원) 1027원 등 약 75%의 세금이 부과된다. 제조원가 및 유통마진은 1182원에 불과하다.

이 중 국민 건강에 사용돼야 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부담금 운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조9630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다른 세금은 어디로 갈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들어간 뒤에는 알기가 힘들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다. 담배 판매에 따른 세수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담배를 산업으로 보는 부처(?)로서는 절대 놓을 수 없는 수입원이다.

또 이번 소송에서 미국 케슬러(RICO) 판결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담배회사들이 케슬러 판결을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이번 소송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케슬러 판결은 1999년 미국 법무부가 9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사기 및 위법에 대한 혐의 및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용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2006년 케슬러 판사가 조직범죄피해자보상법(RICO)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흡연의 건강폐해 ▲흡연과 니코틴의 중독성 ▲저타르, 천연담배 등이 건강 폐해를 줄여주지 않음 ▲니코틴 조작 ▲간접흡연의 건강폐해 등 5가지 진실을 담배회사는 알릴 의무를 갖게 됐다.
 
결국 케슬러 판결이 인용될 경우 소송의 결과는 뻔한 것이기 때문에 필립모리스나 BAT 등 담배제조사사는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나서는 것이다. 또 국내 담배소송의 결과가 다른 나라의 담배소송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운을 걸고 막고 있다. 때문에 이번 소송 전략중 하나로 케슬러 판결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는 이미 인지돼 있는 부분이다. 이번 소송에서의 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보통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담배를 끊으라고 한다. 담배가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물론 ‘폐암에 걸리니까 담배를 끊어라’라고 말하는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에 해로우니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 이는 보건의료 전문가인 모든 의사들의 생각일 것이다.

의학계는 ‘중독성’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의지로 금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이다. 흡연은 의지가 아닌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독질환일 뿐이다”라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담배제조사는 유전적 요인, 흡연자 개인의 판단 등이 원인이 있어 법적으로 담배의 중독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담배소송에 대한 관심은 초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광고로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번 소송에서 이겨 대대적인 금연사업에 나서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생겼다. 

특히 담배로 인한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그동안 흡연으로 질병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을 대신해서 담배제조사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더 이상 담배를 세수 확충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해 본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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