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녀’ 만들기…“갓난아기에게 ‘모태 풍성녀’가 웬 말?”

기사승인 2017-05-31 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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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녀’ 만들기…“갓난아기에게 ‘모태 풍성녀’가 웬 말?”[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여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녀’라는 표현이 갓난아기에게도 사용돼 논란이다. 해당 단어가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일반인들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새벽 12시20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기에게도 ‘○○녀’ 붙이는 아재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기글 목록에 ‘모태 풍성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있어 클릭해봤다”며 “태어날 때부터 머리숱이 풍성한 아기에 관한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영유아에게까지 풍성녀(라는 말을) 붙이고 앉아있다. (작성자가)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아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떻게 아는데?” “내 눈을 의심 중” “풍성녀라고? 아기를 여자로 본다는 거 아냐. 소름 돋아” “이래서 언론에서 기사 제목에 ‘○○녀’ 붙이는 게 싫은 거다. 사람들이 보고 배우잖아” “여자를 그렇게 안 부르면 글을 쓸 수가 없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하게 비판했다.

‘○○녀’라는 호칭은 과거부터 문제시되어 왔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은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된장녀’ ‘김치녀’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커뮤니티 내에서 ‘된장녀’로 규정된 여성들은 사치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일각에서는 ‘○○녀’가 여성혐오(여성을 남성과 타자화하거나 성적 대상화 하는 모든 언어와 행동)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사들 역시 해당 단어를 남발했다. 지난해 5월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숨어있던 남성에게 피습당해 숨졌다. 범인은 피해자와 전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건은 처음 보도될 때 ‘노래방 살인녀 사건’으로 불렸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9일 충남 아산의 모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30대 여성을 납치한 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차량 트렁크에 넣고 불을 질렀다. 언론이 피해자를 표현한 단어는 ‘트렁크녀’였다. 그 후로도 남성이 뿌린 염산에 맞은 사람은 ‘염산녀’, 대장내시경 검사 도중 마취 상태로 의사에게 성폭행당한 이는 ‘대장내시경녀’ 등으로 지칭됐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언론의 여성혐오 조장 보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0대 여성 10여 명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의 ‘○○녀’ ‘○○맘’ 표현 사용이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사무국장은 “미디어를 통해 ‘○○녀’라는 말이 자주 노출되다 보니, 폭력의 피해자나 갓난아기마저 (‘○○녀’라는) 이름 붙이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 입은 여성을 ‘○○녀’로 프레임화 하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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