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삶은 불만족스럽고 ‘건강’하지도 않다

‘일반 국민 주관적 삶의 질 조사’ 결과 발표돼

기사승인 2017-06-0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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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삶은 불만족스럽고 ‘건강’하지도 않다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1.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이민영(30·여·가명)씨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서 160만원을 받았다”는 이씨는 “월세와 학자금 대출, 생활비 지출을 빼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점 관리와 스펙에 허덕이다 겨우 취업했지만 희망이 안 보인다”고 푸념했다. 

#2. 김태정(70·가명)씨는 기초생활소득자다.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지 수년째. 고독과 가난을 달래기 위한 방법은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과 소주를 마시는 게 전부다. 김씨는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워킹푸어’, ‘메디컬푸어’, ‘하우스푸어’…. 바야흐로 푸어의 시대다. 과거 절대적 빈곤층으로 불리었던 계층이 상당수 줄어들었다지만 모습만 달리할 뿐 빈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씨처럼 번듯한 직장 종사자로 보이는 젊은이들도 실제로는무한경쟁에 홀로 던져져 ‘죽도록 일만하다’ 산화된다. 김씨 등 노년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이다. 문제는 이러한 빈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 없고 건강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매일매일은 고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저소득층일수록 삶의 질을 낮게 인식한다는 최근의 조사 결과는 빈곤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1일 서울의대에서 진행된 ‘국민 삶의 질(웰빙) 지수 개발 및 활용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조사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소득 수준 등에 따른 주관적 삶의 질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국 12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서울의대 스마트건강경영전략연구실(윤영호 교수)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삶의 질을 평가하는 모든 항목의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응답자의 경우 ▶직장(2.19점) ▶교육(1.89점) ▶여가·문화활동(1.60점) ▶안전(1.55점) ▶일과 균형(1.45점) ▶삶의 만족도(1.41점) ▶가족·가정(1.33점) ▶사회참여(1.31점) 등이 다른 응답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은 또한 건강을 삶의 질을 판가름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가 건강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인식도 관찰된다. 반면 400만 원 이상 소득자들은 안전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 소득에 따른 인식차는 극명했다.   

체감하는 주관적 삶의 질은 소득 수준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부는 아니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 마련은 시급해보인다. 이에 대해 연구를 총괄 지휘한 윤 교수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불형평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이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 국민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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