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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일상예찬-①] 치매 환자의 하루…‘할머니는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행복 치매의 일상예찬…“나도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

송병기 기자입력 : 2017.06.05 08:11:35 | 수정 : 2017.09.18 15:15:31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치매환자 김모(74·여) 할머니의 하루는 바쁘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성동구치매지원센터에서 친구들, 선생님들을 만나 공부와 놀이를 하면서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있다. 가난하지만 손녀와 함께 한 행복했던 시간, 그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매일 공부하고 웃고 이야기한다. 김 할머니는 자신이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깜빡깜빡 기억을 잘 못해서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매일 매일 오는 성동구치매지원센터를 학교라고 부른다.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학교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들이 좋은 것도 많이 가르쳐주시고 너무 행복합니다.”

김 할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것은 2013년이다. 연락이 끊긴 둘째 아들의 손녀와 함께 어렵게 생활해 왔던 김 할머니는 의료보호대상자로, 여러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기억력이 사라지는 김 할머니에게 보건소 측은 병원 정밀 검진을 추천했고, 치매지원센터의 지원으로 한양대병원에서 MRI검사를 받았다.

“의사선생님이 뇌혈관이 5곳이 막혀 큰일 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인지검사도 했는데, 여기 학교(성동구치매지원센터)에 와서 노래도 배우고, 그림도 배우고 많이 좋아졌어요. 나이 들면 다들 깜빡깜빡하는데 기억을 잘 못하잖아요. 그래서 제 주변에도 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조기 발견과 치료에 어려움 겪는 치매 조손 가정

김 할머니의 경우처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녀들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을 치매 조손 가정이라고 부른다.

지난 2013년부터 김 할머니를 돌봐온 성동구치매지원센터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치매 조손 가정의 경우 대부분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김 할머니의 경우도 아이를 키우시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아이가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도 생계를 위해 진학보다는 취업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치매는 초기인 경증단계에서 발견해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는 조손 가정은 물론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가 사회적,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질환이다. 따라서 치매는 환자 관리와 질환 예방은 물론 치매 가족(보호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과 예방, 조기발견을 제외하고 치매 가족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관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기간 동안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치매는 100%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환자 보호자들은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심리적, 신체적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 보호자들은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도 동반된다. 치매 화자를 간병하시는 보호자분들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이나 다른 신체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치매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치매 환자 간병을 하는 치매 보호자의 78%가 치매 간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희진 교수는 “치매는 중등도에 따라 간병시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경도치매의 경우는 간병부담 시간이 4시간 정도, 중증 이상 치매환자의 경우 하루 7~8시간 정도 돌봐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치매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크며 이러한 상황은 조손 가정에서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조손 가정의 경우 어린 손자와 손녀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상 생활과 학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희진 교수는 “어린 손자녀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간병을 하다 보면, 또래가 경험하고 느껴야 할 당연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진학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학생들이 진학을 준비하는 동안 본인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치매 환자가 있는 조손가정의 아이들은 취약한 경제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치매 환자와 가족 위한 치매지원 프로그램은?

김 할머니가 다니는 학교 즉 지역치매센터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의 조기 발견과 치료, 관리 보호자 지원 등에서 효과가 좋다. 성동구치매지원센터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곳 중 하나다.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치매 전단계 프로그램, 치매 경증 환자들을 위한 기억 키움 학교, 기억력 유지 등이 운영된다.

또한 중증 치매 환자들을 위해서는 인지건강센터, 기억 배움학교 기억 나눔학교 등 단계별로 구분해서 치매 케어를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가족들을 위한 해아림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의미치료라고 해서 정신 상담을 실시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로 인한 고통을 풀어내고 상담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는 치매 환자 보호자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교수는 “치매 환자 보호자를 위한 프로그램의 경우 간병을 통해 느끼는 우울감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보호자를 위한 자조모임과 웃음치료 등을 통해 보호자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고, 간병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보호자들이 치매 간병으로 겪는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목표이고, 보호자들에게도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김 할머니의 경우처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핸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 관련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서울의 경우 모든 자치구에 치매지원센터가 있어서 치매 관리들이 잘 되는 편이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하듯이 치매 예방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특히 기억력이 저하됐거나 치매 고위험군, 치매 초기이신 분들의 경우 정밀검사도 지원하고 치매 진단을 받으셔야 하시는 분들은 원인확진 검사까지 할 수 있도록 병원과 연계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서 “서울은 이러한 시스템이 있지만, 지역이나 지방의 경우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치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국가가 치매 조기발견과 예방,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치매 예방과 초기 환자 관리를 위해 치매지원센터 국가차원에서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치매학회제공


◇김 할머니가 학교에 가는 이유…추억을 간직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손녀하고 함께 사는 것이 예전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형편이 어렵다 보니. 그런데 지금은 손녀가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손녀가 너무 착하고, 나 할머니 말도 잘 듣습니다.”

김 할머니가 학교(성동구치매지원센터)에서 매일 오서 공부를 하는 이유도 손녀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우리 아이가 잘 자라줘서 너무나도 고맙다. 가정형편도 어렵고 할머니랑 사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아무 탈 없이 훌륭하게 커서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학생 때 공부는 해야 하고, 필요한 컴퓨터를 사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 사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한 김 할머니는 “얼마 전에 빛을 내서 노트북을 사줬더니 손녀가 좋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할머니하고 사는 게 행복하다. 우리 손녀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것까지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기억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 김 할머니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손녀딸이 결혼하는 것까지는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매일 학교에 나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 할머니의 경우처럼 치매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치매 관리에 나서는 것이 필수다. 특히 치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치매 환자나 가족들이 치매를 부끄러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주위에서 배려를 받는 것이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치매를 더 이상 이상하게 볼 것이 아니라, 누구나 미래에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박성현 작업치료사)

이어 박성현 작업치료사는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실제 센터에 오시는 분들 대다수는 치매 때문에 이 곳에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보호자들도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기억력 학교에 다니자’라고 설득해서 이곳에 오시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본인은 물로 가족들이 치매를 받아들이고 치매 관리를 위해 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치매 관리를 위해 더 좋다”고 강조했다.

김희진 교수도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지고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노망이다. 치매환자가 같이 있으면 병이 전염된다’ 등의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치매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사회적으로 치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사회적 시선을 준다면 치매를 좀더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songbk@kukinews.com

영상 촬영=김해성 쿠키건강TV 감독
영상 편집=홍현기 쿠키건강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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