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조현병,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 정신병에 대한 편견 해소되길

기사승인 2017-06-05 1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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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조현병,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 정신병에 대한 편견 해소되길“어쩌면 좋아요? 앞으로 3개월 동안 회사에 나오지 말래요” 예약 날짜보다 일찍 방문한 A는 진료실에 들어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다급하게 말을 했다. 바로 전 방문 때 가지고 간 진단서가 문제였다.
 
A는 전에는 퇴근하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응급실에 와서 진료를 받았었다. 응급실 진료는 일반 진료에 비해 경비가 많이 들고 번잡한 진료환경에서 치료 받는다는 게 부담이 되어 한 달에 한 번 외출 허가를 받아 외래 진료를 받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가 필요해 지난번에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진단서를 제출한 게 사단이 된 것이다.
 
A는 10여 년 전에  자폐적 사고, 피해망상이 있어 조현병으로 병원 입원 치료 후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고 스스로 병을 알아 치료에 협조적인 모범 환자였다. 10여 년간 꾸준하게 외래에서 면담과 약물치료를 받아 재발 한 번 없이 일상생활을 잘 했고 스스로 직장을 구해 그의 병명이 회사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래를 준비했던 사람이다.
 
A의 사정을 듣고 그의 주치의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정신장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들에 맞서 A와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없도록 일반인의 인식을 바로잡아줄 전문가적 의무감을 느꼈다.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우 주연의 2002년 영화 ‘뷰티풀마인드(A Beautiful Mind)’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John Forbes Nash Jr)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조현병 환자가 등장하는 그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비교적 객관적으로 잘 묘사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필자가 감동받은 이유는 내시 주위 사람들의 환자에 대한 헌신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대학에서는 그에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했다.
 
조현병은 비교적 어린 나이(남자 15~25세, 여자 25~35세)에 발병하는 뇌의 질환이다. 이 병의 평생 유병률(일생동안 병이 걸릴 수 있는 비율)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약 1%나 되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으로 불렀다가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조현병으로 개명됐다. 이 병은 한번 발생하면 아직까지 ‘완치’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다른 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며 재발되지 않도록 꾸준하게 관리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들이 꾸준하게 치료 받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일부의 급성기 조현병 환자는 공격적, 충동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특히 질병이 경과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감정이나 의욕이 없어진다.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권리를 찾고 요구하는 데 익숙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필자는 전문가적 양심으로 이들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대변하고 사회적 편견에 맞서 떳떳하게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시는 A와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이 글을 통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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