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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비정규직 간호사는 원더우먼이 아니에요

비정규직 간호사는 원더우먼이 아니에요

김양균 기자입력 : 2017.06.15 00:04:00 | 수정 : 2017.06.15 14:45:34

사진=쿠키뉴스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저는 간호사입니다. 한 국립대병원에서만 10년 넘게 일했으니 참 대단하지요? 저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참 멋져 보였어요. 그래서 간호사가 됐고요. “일생을 의롭게 살며 간호직에 최선을 다한다.” 나이팅게일 선서처럼 저는 3교대로 10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저는 계약직 간호사이기 때문이지요. 10년을 일했어도 여전히 비정규직입니다. ‘재계약이 안 되면 어쩌지?’ 언젠가부터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그마치 10년이라니.  

문재인 대통령님은 상시근로에 해당되는 업무들은 정규직화 한다고 하셨더랬지요. 잠깐이나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비정규직 제로를 위한 여러 작업들이 추진된다는데…. 병원이야기는 통 나오질 않는 것 같아요. 대통령님은 병원에 비정규직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공공기관 알리오의 올해 1/4분기 통계 자료를 보면 국립대병원에만 9636.77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습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3723.23명, 간접고용은 3676명, 무기계약직 2237.54명입니다. 

이 안에 들지 않는 비정규직도 많습니다. 너무 많아요. 병원 비정규직은 저 같은 간호사외에도 의료기술직, 청소, 환자이송,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국립대병원도 이런데 다른 민간병원은 어떨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오싹해요. 솔직히 겁이 났지만, 늘 그렇듯 환자분들에게 최선을 다했어요. 저는 간호사라 그나마 나았어요. 의료진이었기 때문에 보호 장비를 받았거든요. 그렇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선영 언니와 청소하는 은영 이모는 얇은 마스크와 장갑 하나가 전부였어요. 

저희도 사람인데 메르스가 왜 무섭지 않았겠어요. 메르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았지만, 저 같은 병원 비정규직이 계속 메르스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두려웠습니다. 병원 비정규직 문제는 그때만 반짝했지 지금까지 어떤 변화도 없습니다. 비정규직은 ‘원더우먼’이 아니에요….

언제가 섬뜩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해고시킨다는 것 말이에요. 모두 알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 해고되고 나면 그 자리엔 다른 비정규직 간호사가 채워지겠지요.  

저는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대통령님께서도 5년 동안 청와대 노동자이시니 제 심정을 아실까요? 대통령님, 부디 병원 비정규직을 잊지 말아주세요.  

*본 기사는 복수의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본문에 나오는 이름은 가명임을 밝힙니다_기자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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