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에 흔들리는 건강보험 40주년

기사승인 2017-06-16 09: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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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조에 흔들리는 건강보험 40주년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올해는 건강보험이 40주년을 맞는 해다. 건강보험의 축제의 장이 펼쳐질 듯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은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각 기관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40주년을 맞아 나올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심평원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건보노조는 2000년 건보통합 이후 17년 동안 양 기관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왜곡됐고, 그로 인한 국민적 폐해는 한계를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심평원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법 상 건보공단을 보험자로, 심평원을 심사와 평가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심평원이 유사보험자로서 끊임없이 건보공단의 영역을 침범해 중복업무로 인한 행정비용 낭비와 국민혼란의 가중이었고, 양 기관의 존립근거와 논거는 상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심사는 개인질병정보를 자동차보험 심사에 활용해 자동차 보험사들의 이익 극대화에 걸림돌이었던 기왕증여부 등을 가려내주며, 민간재벌 자동차 보험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챙겨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평원 노조는 이 같은 주장에 법 규정 등의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결국 양 노조가 양 기관을 대표하는 듯 싸움에 나선 것이다. 

건보노조의 행보는 지적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오는 20일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건강보장 도입 40주년을 기념해 2017년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같은 날 건보노조, 무상의료운동본부, 인재근·김광수·윤소하 국회의원 주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주제는 논외로 하고, 물론 같은 날 행사를 진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소속기관이 국제행사를 진행하는 날 건보공단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다른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의도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양 기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심평원이 설립된 이후 수차례 있었고, 수년전에는 심평원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 건보공단 노조원 일부가 노조 복장을 한 채 자리에 참석해 내외빈을 불편하게 하는 등 민폐를 끼친적이 있다.

이번의 경우에도 갈등의 포문을 연 건보노조는 자기중심적인 논리로 심평원을 지적함으로써 향후 문제를 제기할 명분마저도 잃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40주년이라는 축제의 장을 망친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노동조합의 백과사전적 의미는 ‘고용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의 자주적·항구적 단체’다. 즉 자신이 속한 직장과 고용조건 및 노동조건의 유지 및 개선에 대한 노력을 중점으로 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때문에 타 기관의 역할에 대해 지적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유발되도록 하는 것은 역할에 맞지 않다. 

건보노조가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건보공단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불평등에 처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심평원이 건보공단의 기능과 역할을 침범하고 있다면 소속 기관인 건보공단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 의견을 제시해 조율하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 다른 기관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기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건보공단 노조가 1만여 노조원이라는 힘을 앞세워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면 출근을 못하게 막는 등의 일방적인 모습을 이제는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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