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매지원센터 직원은 언제까지 계약직이어야 하나

기사승인 2017-06-20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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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매지원센터 직원은 언제까지 계약직이어야 하나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로 그 수가 무려 약 70여만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2045년에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노인수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치매환자도 급속하게 늘어나게 될 것은 보나마나 뻔한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치매국가책임제’의 본격적인 추진을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정부는 2017년도 보건복지부 추경을 발표하고 이중에 치매 예산을 대폭 확대해 2023억원을 책정했다. 주요 내용은 치매지원센터를 기존 47곳에서 252개소까지 확충하는 것이다. 치매지원센터는 이름 그대로 치매 환자들을 돕고 관리하는 곳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노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치매지원센터가 설치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센터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 방식이다. 치매지원센터에는 간호사를 비롯해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등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센터 소속 직원이지만 ‘정규직’은 아니다. 센터 내에서는 정규직이라고 칭하지만 이는 형식상일 뿐이다. 사실상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치매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센터 운영방식은 보건소 직영과 병원 위탁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병원 위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 위탁의 경우 위탁하는 계약기간 동안 직원들이 일하게 되는데, 기간이 끝나면 다시 고용승계가 돼야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병원 위탁 운영은 2년마다 갱신을 한다. 설령 갱신시에 고용승계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전까지 2년 동안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계속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다른 일자리를 미리 알아봐야 하나.’ 계약직이라는 신분인 이상 안심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간혹 센터가 병원 위탁 체제에서 보건소 직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보건소에서 새로 모집 공고를 내서 직원을 채용한다. 기존의 종사자들은 갑작스럽게 고용 계약이 자동으로 끊어지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처우 또한 정규직급이라고 하기엔 너무 동떨어진 수준이다. 또 다른 치매지원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 등이 비정규직 수준이다. 사업성과가 없으면 바로 자르기도 한다”면서 “광역이나 지역센터뿐만 아니라 치매센터의 헤드인 중앙치매센터 직원들도 비정규직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치매지원센터를 무분별하게 확충하기만 하면 그만큼 비정규직은 더 늘어나게 된다. 국가에서 치매를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치매 관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하게 될 사람들은 불안한 고용 환경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치매지원센터뿐만의 일이 아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에서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 걱정을 안은 채 일을 한다는 것은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일의 효율성과 능률면에서도 분명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서, 아울러 성공적인 치매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치매지원센터 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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