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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교수의 탄식… “국립대병원을 망친 건 낡은 시스템”

병원장 임명 방안 마련 토론회 현장

김양균 기자입력 : 2017.06.20 00:02:00 | 수정 : 2017.06.19 20:31:00


[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서울대병원이 발급하는 사망진단서에는 기관장의 직인이 찍힌다. 병원장은 (사망진단서에) 의무와 책임을 진다. ‘병원이 의사 개인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서울대병원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 19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황상익 서울대의대 명예교수의 발언이다. 

서울대병원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최근 외인사로 정정하면서 시작된 ‘소동’이다. 당분간 그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대중의 관심은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이 과연 얼마만큼 공공에 부합한 궤적을 보이느냐로 번지는 중이다. 

그 실마리를 어쩌면 19일 열린 ‘국립대병원의 공공 역할 강화를 위한 병원장 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 및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윤소하 의원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국회에서 상시 개최되는 포럼과 세미나 등에서 보기 힘든 열기가 느껴졌다. 이를 부채질한 것은 서울대병원의 오락가락 행보와 의료농단의 중심에 선 전적이었다. 

행사는 황상익 교수와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의 발제에 이어 패널토론과 질의응답으로 꾸며졌다. 이밖에도 서울대 교수협의회 서이종 교수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교육부 관계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우석균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부대표는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인 사망진단서 사건에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라고 말해 토론의 불을 지폈다. 설전이 벌어졌지만 핵심은 ‘왜 국립대병원은 변하지 않을까’로 모아졌고, 이는 다시 서울대병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삼으려면 아예 ‘혜화동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라”며 다분히 서울대와 병원의 입장을 반영한 듯 한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서창석 병원장은 왜 사퇴하지 않는가”라는 날선 공세도 오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런 질문 하지마시라”며 짜증 섞인 대답을 늘어놓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이화여대가 내부 자정 작용에 의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비해 서울대병원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주지하다시피 최순실 게이트는 의료농단에서 정점을 찍었고, 비선의료는 최순실에서 시작해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국립대병원장의 선출 방법 변화의 논의는 곧 ‘병원장 리스크’가 얼마나 병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황상익 교수는 서울대 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들이 공공성 실현에 미흡한 원인을 비민주적이며 관료적인 운영구조에서 찾고 있었다. 황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의료개혁과 공공성 증진을 위한 첫 걸음은 병원 운영 책임자 선임 방식의 개혁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명권자의 발탁을 기다리는 작금의 선임방식은 공공병원의 독립성 확보는 물론 내부 구성원의 지지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그의 평가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을 연상케 했다.    

또 황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병사를 외인사로 고친 것을 의학적 판단을 바꾼 것이 아닌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맞춰 형식 요건을 변경한 것 뿐”이라며 “이걸 하는데 9개월이 걸렸다. 유가족이 소송을 하지 않았다면 영영 수정되지 않으려 했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도 바통을 받아 포문을 이어갔다. 이 위원은 “국립대병원의 운영이 단기적 성과와 임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선 국립대병원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중장기적 비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일단 대통령 및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임명된 병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병원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날의 갑론을박은 결론 없이 끝났다. 각 입장은 첨예했다. 서울대병원에선 노조만이 참가했을 뿐 병원의 입장을 말해줄 인사는 없었다.

황상익 교수의 말 속에선 무너져가는 상아탑을 바라보는 노 교수의 안타까움이 진하게 전해졌다.  “모든 문제는 병원장 선출 방식에 있었다. 병원장을 필두로 한 병원의 지배 및 운영 구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마땅히 던져야할 질문을 하지 못했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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