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저비용 고효율? kt가 꾼 꿈은 악몽이었다

[옐로카드] 저비용 고효율? kt가 꾼 꿈은 악몽이었다

기사승인 2017-06-22 12: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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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올해도 마법은 없는 것일까. kt가 결국 최하위로 추락했다. 

황금기를 누리기도 전에 암흑기부터 맞을 판이다. 3년 연속 최하위가 가시권이다. 가을 야구를 위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해야 될 시점에 오히려 타 팀 반등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kt는 올 시즌 김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지난해와 구분되는 뚜렷한 변화를 찾기 힘들다. 투타 양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홈 10연패에 팬들도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kt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팬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홈페이지 메인에 걸린 ‘감동을 주는 야구’ ‘근성의 kt wiz’라는 문구는 더 이상 수원 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최소한의 투자로 고효율의 성적을 거두길 바랐던 kt의 꿈은 이제 악몽이 되고 있다. 구단 운영진은 대대적인 외부 영입도, 내부 육성도 아닌 어중간한 방향성으로 팀을 수렁에 빠트렸다.

kt는 유독 야구단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생팀 특혜가 있던 지난 2년간 FA 영입 때 보상선수를 지급하지 않아도 됐으나 거듭 ‘대어’를 놓쳤다.

팬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2015년 겨울 넥센에서 유한준을 영입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했다. 대대적인 투자를 외친 것과 별개로 겨울시장에 쏟아진 우규민과 이원석, 차우찬 중 누구도 잡지 못했다. 타 팀이 제안한 금액에 크게 못 미쳤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외인 영입도 실패를 거듭했다. 지난 2년간 kt와 계약했던 외인들은 모두 팀을 떠났다. 올 시즌도 외인 타자 조니 모넬이 5월을 넘기지 못하고 짐을 싸 돌아갔다. 빈자리를 채운 로하스도 현재까진 장점을 발견하기 힘든 타자다.

구단 체면을 살린 피어밴드를 잡은 것도 실은 운이 좋았다. 2선발로 낙점된 돈 로치를 영입한 이후 시간에 쫓겨 급하게 계약했다. kt 구단의 계획적인 성과라고 보긴 힘들다.

그렇다고 유망주가 마르지 않는 넥센처럼 육성에 집중한 것도 아니다. kt는 성균관대 연습장 셋방살이를 끝내고 현재는 익산시 국가대표 훈련장을 2군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그라운드 사정부터 열악하다. 선수들이 간이 컨테이너에서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수원과 인접한 화성에서 2군 구장 연고지를 제안했으나 kt는 숙소 계약 조건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빠른 시일 내에 건립하겠다던 2군 구장은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2군 선수들이 훈련에 몰두할 수 없는 환경이다.

자연스레 ‘신생팀 선배’ NC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NC는 이호준과 이종욱, 손시헌 등의 알짜영입을 비롯해 삼성으로부터 박석민을 96억에 영입하는 등 투자에 아낌이 없었다.

외인 농사도 매년 풍년이었다. 찰리 쉬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NC 마운드를 책임지는 에릭 해커와 계약한 것도 모자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테임즈를 품에 안기도 했다. 올해 영입한 제프 맨쉽과 재비어 스크럭스 역시 리그 최정상급 외인이다.

육성에도 일가견이 있다. NC는 신구 조화가 완벽히 균형을 이룬 팀으로 평가 받는다. 백업 자원도 튼튼하다. 이는 2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에서 비롯됐다.

NC는 2군을 ‘C’ 팀이라 명명한다. 1군은 ‘N’ 팀, 부상 선수 잔류군은 ‘D’ 팀이라 명명하는 식이다. 선수들 간의 괴리를 최대한 줄이려 애썼다. 또한 C팀 구장이 있는 고양시와 협력해 퓨처스리그(2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최근에는 퓨처스리그 최초 유료관중 2만 명 돌파의 성과를 거뒀다. C팀 선수들도 N팀 선수들과 비슷한 여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깨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처럼 NC는 투자와 외인 영입, 육성이라는 3박자를 토대로 1군 출범 3년 만에 강팀으로 올라섰다. 

일각에선 kt 스포츠단의 구조적 문제가 kt 위즈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kt 스포츠단은 지난 2013년 권사일 초대 사장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이후 2014년 김영수 사장을 2년 만에 교체했다. 지난 3월 김준교 사장 역시 건강 악화로 9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4년도 안 된 기간에 올해로 벌써 4번째 사장을 맞았다.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이를 추진하기 힘든 구조였다. 

결국 kt에 필요한 건 중심을 잡고 구단을 운영할 수뇌부로 보인다. 물론 모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우선이다. 언제까지고 신생팀 딱지로 현실을 무마하려 들 수 없다. 

[옐로카드] 저비용 고효율? kt가 꾼 꿈은 악몽이었다

‘상상’만으로 그치는 건 안 된다. 변화하고 실행해야 한다. 달라진 kt 구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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