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미경이를 뽑지 못해서 철수랑 서먹해졌다”

김미경 교수 ‘자리’ 만든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간부 녹취록 최초 공개

기사승인 2017-06-28 1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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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지난 2008년께 분당서울대병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반대의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주된 요인은 따로 있었다. 김 교수의 빈약한 연구 실적 때문이었다. 이후 김 교수가 카이스트에 채용되면서 결국 영입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과 카이스트, 서울대의대에 이르기까지 이들 부부의 궤적을 쫓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교수 임용 과정에 각 조직 상층부가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점이다.  

쿠키뉴스는 카이스트 채용 이전 분당서울대병원이 김 교수의 영입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녹취록은 당시 영입 작업에 직접 관여한 모 인사의 육성이 담겨 있다. 해당 인사를 비롯해 영입에 참여한 이들은 현재 서울대의대와 서울대병원, 정부 부처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의료계의 거물급 인사들이다. 5분15초 분량의 짧은 녹취록은 핵심 인물의 발언 위주로 공개한다. 가급적 손을 대지 않고 구어체 그대로 전한다.  

◇ “신념을 갖고 ‘자리’를 만들었다”

“(안철수와) 친했지. 많이 친했지. 사실은. 대학 다닐 때 나하고 IT를 같이 했었거든.” “옛날에 (안철수와) 같이 세운상가를 누비고.” “그런데 이제 안철수연구소 만들고 학교 관두고 인제 안철수연구소 만들어서 나와서 경영하고 할 때, 철수가 꽤 힘들어했어.”

해당 인사는 서울대의대 재학 시절부터 안철수 전 대표와 친분이 있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친분 관계가 있었음을 밝힌다. 이후 김미경 교수에 대한 언급은 1분20초부터 이어진다. 

“그때 이제 다시 또 좀 내가 좀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지. 나름대로. 그리고 이제 (안철수가) 미국가고 오고… 김미경이를 분당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 꽂으려고 했었거든.” “김미경이가 이제 뭐 법도 하고 지적재산권 이런 거 했거든.” 

첫 번째 의문이다. 김미경 교수를 분당서울대병원에 ‘꽂으려’ 한 사람은 누굴까. 1분52초 부분에서 해당 인사는 자신이 김미경 교수의 보직을 만들었노라 밝힌다. 당시 그가 병원 간부로서 특별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힘과 권한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근데 이제 내가 분당병원에서 그런 자릴 만들었었어.” “(2분) 그때 김미경이를 뽑을라고 다 했다가 카이스트 가는 바람에 이제 못 뽑았는데. 그렇게 저렇게 하면서 (안철수와) 조금 서먹서먹해진 거야.” “(2분 17초) 사실 분당(분당서울대병원)에 그 자리를 어렵게 만들었어. (2분 26초) 어렵게 만들었고 원장하고 기획실장이 그렇게 만들고자 그러는데도, 특히 그 OOO과. 반대 많이 했고.”

두 번째 의문이다. 당시 병원장과 기획실장, 그리고 해당 인사가 합심해 분당서울대병원에 만들었다는 ‘자리’. 일반적인 임상교수 임용 자격에 비춰봐도 김미경 교수의 연구 실적은 현저히 떨어졌다. 왜 이들은 김미경 교수의 자리를 만들어야 했을까. 김 교수의 법 지식 등이 병원에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한 병원 교수 특채에 대한 재량권 행사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격미달’의 교수 특채 후보자를 위해 별도의 보직까지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철수 그렇게 되니까(정치에 나서니까), 김미경이 서울대 오니까 뭐 지들이 모셔다 된 것처럼 말이야. 내가 다 알지. 저 인간이 저렇구나. (3분 11초) 근데 하여튼 자리 만드는데 제일 고생했어. 나는 내가 신념을 갖고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자리를 들어온 게 하나는 OOO이고, 하나는…(중략)…OOO.” “(3분 30초) 김미경이를 못 뽑아서 걔를 뽑은 거야.”

김미경 교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자, ‘만들어진’ 교수 자리에 두 명의 인재가 영입됐다. 해당 교수직이 이전에는 없었고, 오롯이 김미경 교수를 위해 만들어졌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단독] “김미경이를 뽑지 못해서 철수랑 서먹해졌다”

◇ 분당서울대병원은 왜 安에 ‘꽂혔을까’

대선국면에서 ‘1+1 특혜 채용’ 의혹이 일자, 안철수 대선캠프의 반박은 일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국민의당은 당시 자연인에 불과했던 이들에게 특혜를 줄 이유가 없고, 전문성에 따른 결과라고 맞섰다.  

그러나 당시에도 안 전 대표는 어느 정도의 유명세를 갖고 있긴 했다. 성공한 벤처사업가로서 ‘안철수’라는 이름값이 상당했다는 것은 알려진 내용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대중적 인지도와 권력의 중심부에 자리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의사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와 함께 사업을 하며 쌓은 정재계의 폭넓은 인맥, 비교적 젊은 나이에 쌓은 부 등은 당시의 ‘안철수’가 충분히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말해준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김미경 교수를 붙잡으려 했던 계획은 미완에 그쳤지만, 훗날 김 교수가 서울대의대에 임용되면서 이들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김 교수의 특혜 시비를 해명코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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