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방학이 싫은 아이들

기사승인 2017-07-03 1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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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방학이 싫은 아이들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향후 30년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어떤 변화보다도 크고 넓을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알파고가 준 충격을 넘어 인공지능은 의료, 경제, 자율주행, 영상인식 등 기계화가 상당기간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에 이미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고 매년 더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단편적으로 조각나 있었던 지식과 생산이 융합해 완전히 새로운 생산혁명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난 1·2·3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에 미루어 짐작하면 인류의 삶에 전율이 일어날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1조 개가 넘는 가전, 기계, 전자제품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사물인터넷이 구현된 세계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놀라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규제에 실패한 30년 후의 지구 기후는 당연히 혹독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먼 미래가 아니라 한 세대 안에 벌어질 일들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기술, 문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은 30년 후면 대부분 현재 하는 일을 떠나고 그 자리를 현재 청소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 청소년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어려움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도전적이며 누구의 생각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면 그 국가는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몸과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다. 4명중 한 명이 우울하고 3명중 한 명은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2016년 청소년백서). 학교 운동장은 풀 한포기 없이 흙먼지만 날리고 체육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교가 수두룩하다. 청소년의 인성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학습과 양육에 참견 안하는 것이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황당한 공식에 의해 교육에서 배제된 지 오래다.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낡은 대학 경험, 미래의 불안을 이용하려는 사설 교육기관, 근거 없는 옆집 엄마의 정보에 농락당한 어머니들은 명문대가 자녀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줄 것이며 이것이 자녀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신앙으로 아이들을 박제로 만들고 있다. 
 
탁상용 계산기나 해야 할 숫자계산을 수 십 페이지 풀어야 하고 모국어로도 조리 있게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서 외국어 번역 앱 처럼 영어단어를 외워야 하고 과학실험도 눈으로 한번은 봐야 한다. 외워야 할 표준 논술 문장이 있으며 체육도 점수를 위하여 빠져서는 안 된다. 방학이면 어머니가 짜 오는 과외활동 시간표에 질식할 것만 같아서 아이들은 차라리 방학이 없기를 바란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지금까지라면 몰라도 앞으로 30년의 변화를 이끌 주역이 될 리 없다. 오히려 이런 억압의 반발로 자녀가 비행의 길로 들어서서 몇 배의 대가를 치르는 부모를 정신건강 임상 현장에서 자주 본다.        
 
국가가 양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입시제도 바뀌는 것으로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만이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의 기준과 가치를 매일 경험하고 몸소 체험했던 아버지가 자녀의 교육과 양육에 적극적으로 복귀해야 한다. 어머니는 드라마 보는 시간을 줄이고 우리의 미래는 어떤 사람이 이끌고 갈 것이지 공부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 교육 때문에 낭비했던 갈등을 끝내고 우리의 자녀가 변화의 파도에 휩싸여 익사하지 않고 파도 위에서 멋진 서핑을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합의해야 한다. 무엇이 자녀가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 부모의 경험과 삶에서 찾지 말고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에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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