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복지부, 개선된 입·퇴원제도 현장 정착 중

기사승인 2017-07-05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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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55세 남자)는 조현병이 있으나 누군가를 해할 위험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B요양시설에서 10년 이상 입소해 있었다. A씨는 지난 6월 전문의의 진단 결과, 강제입소의 필요성이 없어 퇴소가 결정됐다. 가족들은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A씨의 퇴소를 반대했으나 제주도청과 제주 보건소 담당자들은 방문상담을 통해 가족을 설득하고, 제주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및 동주민센터와 연계해 투약관리 및 집단프로그램 참여하고 복지지원팀의 집중 사례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후 A씨는 어머니 집으로 복귀해, 자신이 살았던 방 청소를 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내를 다녀오는 등 일상생활을 시작했으며, 가족관계도 회복하고 있다. 제주시는 향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투약관리, 희망복지지원단 사례관리 등을 통해 A씨의 재활과 지역사회 복귀를 지속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지난 5월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한 달여를 맞았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입·퇴원제도 개선, 정신질환자 복지지원 및 국민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사업근거를 새로 마련한 법률이다.

새로운 입·퇴원제도에 따라,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없는 정신질환자 중 정신의료기관 입원 또는 정신요양시설 입소(이하 입원·입소)를 원치 않는 경우는 퇴원·퇴소해 지역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된 입·퇴원제도 시행으로 퇴원환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일각에서의 우려와 같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등의 혼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법 시행 이후 1개월 간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는 일(日) 평균 약 227명으로 입퇴원관리시스템 상 집계되어, 법 시행 전 일평균 약 202명(심평원 자료 추계)에 비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입퇴원관리시스템 상 퇴원자 수는 기존의 강제입원 환자가 퇴원 처리 후 자의입원하는 경우도 포함돼 실제 퇴원자 수보다 과다 추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행 전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입소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법 시행 후인 2017년 6월23일 현재 입원·입소자 수는 7만6678명으로, 2016년 12월31일 대비 2665명, 2017년 4월30일 대비 403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입원·입소자 수에서 자의입원·입소 비율의 추이를 살펴보면, 법 시행 후인 2017년 6월23일 현재 자의입원·입소 비율은 53.9%로, 2016년 12월31일 기준 35.6%, 2017년 4월30일 기준 38.9%와 비교해 18.3%p~15.0%p 대폭 높아졌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강제입원을 위한 추가진단 지정병원에는 병상이 있는 정신의료기관 490개소 대비 333개 기관(68%)이 참여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국공립병원의 역할 강화와 안정적인 입원진단을 위해 전문의 및 관련 인력을 추가 충원하고, 국립대학병원에는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지원 방안을 검토·추진 중이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퇴원·퇴소자를 위한 보건·복지서비스 지원 대책을 마련·시행 중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퇴원(소)자 보건·복지서비스 지원방안’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법 시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도 부지사 또는 시군구의 부단체장을 단장으로 보건·복지 부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시군구는 필요한 경우 정신질환자 사례관리, 건강관리 및 치료비 지원, 긴급지원 및 맞춤형 급여 등 보건·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자원도 연계한다.

퇴원 예정인 정신질환자에 대해 사전상담·욕구조사를 실시하고, 퇴원 후 지원방안을 미리 준비하도록 정신보건 및 복지사례관리 담당자 각 1인으로 구성된 방문상담팀을 구성·운영 중이다.

또 시군구 및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통(이)장 등을 통해 민간자원을 연계·활용하고 지역사회 보호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거처할 곳이 없는 퇴원자에 대해는 LH공사 및 도시공사 등과 연계해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추진 중이다.
   
일례로 경기도 오산시, 화성시 등은 관련부서 및 요양시설·의료기관 등 민간기관까지 참여하는 ‘정신질환자 지역사회복귀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사례관리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복지부, 개선된 입·퇴원제도 현장 정착 중복지부는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사례관리와 복지서비스 지원을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대한다.

이번 추경 예산(안)에 사례관리를 위한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370명분의 인건비를 반영했으며, 올해 안에 지역사회로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연차적으로 인력을 충원해 1인당 현행 70여명에서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소의 방문간호사 등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 지역사회 건강관리지원을 강화(‘17년 추경 예산(안)에 508명분 인건비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간집(Halfway House)’ 시범사업을 통해 퇴원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거주 훈련 모델의 개발·확산을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중 보호자가 없고 시설 입소 등 의사결정에 지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 총 465명에 대해 공공후견인이 선임되도록 지원했다.

보호자가 없는 입소자들이 최적의 치료와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가능한 경우 체계적으로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할 시군구청장이 후견 수요가 있는 466명의 요양시설 입소자에 대해 비영리법인을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하는 한정후견심판청구를 신청하도록 지원했고, 서울가정법원 등은 이미 후견인이 선임되어 있던 1명을 제외한 465명에 대해 임시후견인을 선임 결정했다.

후견법인들은 의료서비스 계약 및 간단한 공법상의 권리행사, 시설입소 동의권 및 통장관리 등 단순한 재산관리 권한을 갖고, 피후견인이 적절한 치료와 서비스를 받고, 체계적으로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21년간 계속되어 온 입·퇴원 관행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복귀시설 및 중간집(HalfwayHouse) 등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등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현장 및 관련 학회와 협의회 구성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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