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조현병, 조기 치료 및 재발 방지가 중요한 뇌질환

기사승인 2017-07-10 10: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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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조현병, 조기 치료 및 재발 방지가 중요한 뇌질환조현병이 뇌질환이라고 밝혀진 건 오래 전이 아니다. 1960년대까지도 부모의 잘못된 양육때문에 조현병이 발병한다고 믿었다. 1976년 조현병 환자 뇌를 CT검사 해보니 일반인에 비하여 뇌실이 커져 있는 것이 처음 증명되었다.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조현병은 뇌 구조가 아닌, 뇌 세포간 연결성에 이상이 있는 질환으로 밝혀졌다.

조현병은 생각, 감각, 인지 등 정신기능을 조절하는 뇌신경전달회로의 기능부전에 의한 질병이다. 도파민, 세로토닌 등 뇌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 조현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뇌 부위에서 도파민 활성이 과다해지면 환청과 망상이 발생한다. 다른 뇌 부위에서 도파민 활성이 저하되면 의욕과 관심이 없어지고 말과 활동이 적어진다.  

조현병은 치료받지 않으면 심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환청과 망상이 조현병의 흔한 증상이지만, 재발이 거듭되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뇌의 기질적 변화가 초래되어 예전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치료약이 없던 과거에는 치매환자처럼 악화되는 조현병 환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독일의 저명한 정신의학자 크레펠린은 1893년 조현병을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치매로 보고 ‘조발성 치매’라 명명하였다.  

조현병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장년기에 주로 발생한다. 이른 나이 발병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이때가 부모 품을 벗어나 취업, 결혼 등 일생의 중대한 사건들을 소화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병을 앓느라 사회활동에서 소외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감이 저하되고 사회적응이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는 발병 나이가 이르기 때문에 병으로 고통 받는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평균 수명을 80세로 보면 조현병의 유병 기간은 약 50-60년에 이르러, 환자와 가족,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파급 여파가 작지 않다.

이런 조현병은 치료제 발전으로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다. 1950년대 뇌 내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이 환청과 망상을 감소시키는 것이 밝혀지면서 비로소 조현병 치료라는 개념이 발생하였다. 1990년대 이후 차세대 치료제가 보급되면서 비약적인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 치료제가 갖는 주요 효과는 증상 경감과 재발 방지이다.

조현병 예후는 약물치료 시작 시점과 증상 재발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발병 초기에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성적이 양호하지만, 발병 후 치료받지 않은 기간이 길거나 치료 중단으로 재발횟수가 늘어나면 치료 성적은 나빠진다. 조현병 첫 치료 환자의 2/3는 발병 후 빨리 치료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증상이 관해된다.

조현병 재발 방지를 위해 약물 치료를 지속하면 1년 내 재발률을 75%에서 20%로 감소시킨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의사 처방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 비순응은 재발과 질병 만성화를 초래하며 결국에는 어떠한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난치성이 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조현병은 발병 초기부터 환자의 치료 순응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현병 정복을 위하여 수많은 임상가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조현병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들은 정신과 의사와 힘을 모아 올바른 치료에 순응하는 하는 것이 조현병 극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글·강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일반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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