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군함도' 올해 첫 1000만영화 될까… 정직한 흥행 공식 따랐다

'군함도' 올해 첫 1000만영화 될까… 정직한 흥행 공식 따랐다

기사승인 2017-07-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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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군함도' 올해 첫 1000만영화 될까… 정직한 흥행 공식 따랐다[쿠키뉴스=이은지 기자] 1945년 2월. 취직을 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자신이 이끌던 악단과 함께 군함도로 온 악단장 이강옥(황정민)이 있다. 딸 소희(김수안)의 안녕만이 사는 보람인 강옥은 필사적으로 군함도의 일본인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그들이 던져주는 콩고물을 받아 삶을 잇는다. 경성에서 이름난 주먹인 최칠성(소지섭)은 군함도에 억지로 끌려왔지만, 곧 같은 조선인들을 감독하는 조선인 노무계원을 주먹으로 제압한 뒤 스스로 노무계원이 되어 군림한다. 조선인 포주에 의해 팔려 중국에 끌려갔다가 또 다시 군함도로 팔려온 말년(이정현)은 같은 조선인이라고 해도 믿지 않고 군함도의 유곽에서 힘든 삶을 이어나간다.

군함도에서 악착같이 목숨을 잇는 조선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윤학철(이경영)뿐이다. 앞서 독립군의 주요인사였던 윤학철은 군함도로 끌려와 학대당하는 조선인들을 대변하는 존재다. 그리고 1945년 8월, 광복군 소속 OSS요원 박무영(송중기)이 군함도에 잠입한다. 박무영은 윤학철을 외부로 탈출시키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 존재로, 기회만을 노리며 조선인들 사이에서 말없이 일한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한마디로 정석적인 영화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군함도에 끌려온 평범한 조선인들의 탈출기가 담겼지만, 그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 속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인물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당시의 참상에 관해 관객이 잊기 힘든 극적 요소를 덧입혔다. 올해 아직 탄생하지 않은 ‘1000만 영화’ 타이틀을 다분히 의식한 듯 영화는 무난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후반 20여분동안 펼쳐지는 대탈출 시퀀스는 ‘군함도’가 가진 가장 커다란 세일즈 포인트다. 촬영 기간만 1개월에 달했다던 탈출 장면은 류승완 감독의 말마따나 ‘한국 영화 프로덕션이 찍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다. 수많은 인물들이 한 데 모여 펼쳐내는 탈출 장면은 올해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기 어렵지 않다.

다만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 나머지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담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2시간여의 러닝타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전사가 담긴 것은 강옥과 소희 뿐이다. 서사를 위해 캐릭터를 쳐낸 나머지 칠성과 말년의 이야기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함도’는 똑똑하다. 2017년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 영화의 공식을 이토록 또박또박 잘 걸어간 영화도 드물 것이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132분.

onbge@kukinews.com(사진=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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