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단순한 막장드라마를 넘어서는 이유… 현실성이 가진 힘

기사승인 2017-07-20 16: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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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 단순한 막장드라마를 넘어서는 이유… 현실성이 가진 힘[쿠키뉴스=이은지 기자] JTBC ‘품위있는 그녀’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남자들이 나온다. 집안을 일으키다시피 한 아내를 두고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에게 “너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아이를 주축으로 모인 친목 모임에서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남자. 아내를 때리는 남자와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의 바람은 용서 못하는 남자. 폭력만이 대안인 남자와 늙어서도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자식들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남자. 이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라는 한 마디로 축약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면적이지는 않다. 모든 남자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극을 풍부하게 꾸민다.

이 남자들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보면 결국 종착점은 두 여자다. 대성펄프의 둘째 며느리 우아진(김희선)과 대성펄프의 안주인이 된 박복자(김선아)다. 우아하고 품위 넘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만 결국 자신이 지켜왔던 성은 유리처럼 연약했음을 깨달은 우아진과,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남들에게 경멸당할지라도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박복자는 극을 양 쪽에서 탄탄하게 견인하며 호평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 이후 4주 연속 시청률 상승 가도를 달리며 10회 시청률 7%(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한 이유는 단지 ‘막장드라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총 20화로 꾸려진 ‘품위있는 그녀’는 이제 막 반 바퀴를 돌았다. 10화 내내 우아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혹은 박복자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그려냈다면 남은 10화에서는 두 여자가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가 담긴다. 20일 오후 서울 언주로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품위있는 그녀’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윤철 감독은 “앞서 말씀드렸듯 우아진이 어떻게 홀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회장님의 마음을 얻은 박복자가 어떻게 회사를 장악하는지가 큰 축을 이룬다”고 밝혔다. 실질적 2막인 셈이다.

‘품위있는 그녀’는 이례적으로 결말을 완전히 공개하며 시작된 드라마다. 박복자는 끝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박복자를 보내는 우아진은 홀로 서있다. 그러나 박복자를 죽인 이가 누구인지는 미스터리다. 우아진의 성장담도 궁금하지만, 박복자 살해범이 누구인지 또한 시청자들의 관심사인 것이다. 김 감독은 “누가 언제, 어떻게 죽였느냐는 엔딩에서 공개될 예정”이라며 “전혀 짐작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끝까지 보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극중 김희선과 김선아가 언제 어떻게 만났는가가 드라마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 김 감독은 “박복자가 우아진에게 왜 매료됐는지가 우리 드라마의 주제와 맞닿아 있고, 결말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다”라고 또다른 관전 포인트를 강조했다.

불륜과 치정이 담긴 ‘막장드라마’라고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김 감독은 “백미경 작가가 실제 일어난 일들을 취재해 쓴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세상의 모든 일들이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다. 소재보다는 어떻게 개연성 있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느냐가 문제”라고 소신을 전했다. ‘품위있는 그녀’ 11회는 오는 21일 오후 방송된다.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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