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기업은행장, 기재부 배당금 불만 “적당히 가져가야”

기사승인 2017-07-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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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진 기업은행장, 기재부 배당금 불만 “적당히 가져가야”[쿠키뉴스=조계원 기자] 기업은행 내부에서 기획재정부의 배당 확대 요구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도진 행장의 경우 KT&G 매각과 그에 따른 배당 확대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적당히 가져갔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하는 등 기재부의 배당 요구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최대주주 기재부는 기업은행의 지분 51.81%(2억9010만9219주)를 보유하고 있다. 기재부는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40%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매년 기업은행에 배당성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기업은행이 한 해 1조원의 순이익을 창출했을 경우 배당성향 40%는 그 가운데 4000억원을 배당금으로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매년 배당성향을 확대했다. 이에 지난 2012년(2011년회계년도 결산기준) 24.1%에 불과하던 배당성향은 올해(2016회계년도 결산기준) 30%를 넘어섰다.

기업은행의 불만은 올해 기업은행의 순익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 할 것으로 전망되는 동시에 배당금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KT&G 매각이 올해 성사될 경우 순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8000억원에 근접하는 순익을 기록했다. 하반기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힌 KT&G 지분 7.54%(951만485주)의 매각이 완료될 경우 올해 기업은행의 순익은 2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KT&G 지분 7.54%의 시장가치는 24일 종가 기준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기업은행의 순익이 2조원에 육박할 경우 올해 배당성향 30%를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배당금은 6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51.81%의 지분을 보유한 기재부에 3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이 지급된다. 

김도진 행장은 취임 당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진출과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취임 후 김 행장은 동남아시아 현지 은행 인수뿐만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 육성 등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M&A 재원 확보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의 배당 확대는 김 행장의 입장에서 불만인 셈이다. 은행에서 M&A 자본이 빠져나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 은행이 모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기재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점 역시 불만을 가중 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앞서 “지주사 전환을 하고 싶지만 우리만의 뜻으로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재부 등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배당금이 결국 정부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국민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기업은행의 불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책은행의 주인은 국민으로, 대주주인 국민을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국책은행이 국민에게 돌아갈 배당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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