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염불보다 잿밥? 팬미팅 얌체족 도마 위

[기획] 염불보다 잿밥? 팬미팅 얌체족 도마 위

기사승인 2017-07-27 12: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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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윤민섭 기자] 경기가 절정에 다다랐다. 양 팀 선수들과 중계진, 그리고 팬들마저도 이번 전투가 승패에 직결됨을 직감했다.

내셔 남작 재생에 맞춰 대규모 교전이 열린다. 화려한 스킬 연계가 이어진다. 원거리 딜러가 쓰러진다. 버팀목을 잃은 동료 챔피언들이 차례로 전사한다. 넥서스가 무너진다. 경기가 종료된다. 캐스터 고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시즌 성패를 결정짓는 경기, 과열됐을 관중석, 그러나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띈다.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퇴장 줄이 금세 길어진다. 엘리베이터 앞이 경기장보다 더 붐빈다. 5개 엘리베이터 전부 ‘만원’ 불이 켜진다.

1층에 내려가니 이미 삼사십 명 대기 행렬 예닐곱 개가 똬리를 틀었다. 경기만큼 치열한 팬미팅 시작이다.

▶ 관계자들 입 모아 “얌체족 문화, 팬들 자정 작용 필요”

e스포츠에도 ‘팬미팅’이 존재한다. 승리 팀이 경기 후 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일부 팬들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꽃이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20년이 지났어도 그 문화는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팬미팅 문화와 관련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줄부터 서거나, 당일 경기 티켓 없이 팬미팅에만 참여하는 ‘얌체족’ 때문이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수년간 지속된 촌극이다. 

현장에서 직접 물어봤다. 이와 같은 팬미팅 문화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인기 팀 관계자는 “(팬미팅 장소에서) 질서 유지는 권장 사항이지, 강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채널 등을 통해 ‘공공질서를 지켜달라’고 공지하기는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며 “이 이상 우리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른 인기 팀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관계자는 “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팬들 자정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팬이 지켜야 할 태도가 있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 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팬 미팅을 취소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획] 염불보다 잿밥? 팬미팅 얌체족 도마 위

▶ 일부 팀, 티켓 확인 제도 도입 등 개선 강구

이에 일부 팀들은 이번 시즌부터 티켓 확인 제도를 도입했다. 산재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팀 SK텔레콤 T1은 이번 서머 스플릿 2라운드부터 ‘팬미팅 참가확인 스티커’를 발부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당일 경기 티켓을 발부한 사람에 한해 팬미팅 참가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 종료 5분 뒤부터 줄을 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OGN e스타디움에서 만난 한 팬은 “그간 티켓 없이 팬미팅만 참석하거나, 인맥을 활용한 새치기족 때문에 문제가 많았던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 스티커 제도 도입에 따라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도의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SKT가 2라운드에서 내리 4연패를 당하면서 팬미팅 자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6일 에버8 위너스전 승리 후에도 팬미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오버워치팀 럭셔리 워치(팀 LW) 역시 지난 6월27일 4강 최종전 팬미팅에서 티켓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사전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경기에서 패했고. 팬미팅을 간소화해 확인 절차가 대대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 방송국도 난색… 팬 미팅 민원 만만찮아

경기장과 팬미팅 장소를 제공하는 방송국 차원에서 통일된 체계와 규칙, 질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방송국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우리는 팬 미팅 장소를 제공할 뿐, 그 외에는 팀별로 자유롭게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장소 섭외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e스타디움이 자리한 S PLEX에는 OGN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들이 입주해있다. 롤챔스와 APEX만 해도 주 5일이다. 타 입주자 불만이 없을 리 없다.

OGN 관계자는 “특히 팬미팅 시간에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팀에게 질서 유지나 소란 자제 등을 요청할 뿐, 우리가 그 이상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포티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넥슨 아레나 내에서 팬 미팅을 진행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장 밖에서도 한다. 항상 붐비는 신논현 광장 한복판이다. 질서 유지가 여의치 않다.

스포티비 관계자 역시 “팀별로 진행하는 팬미팅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단 관계자들은 대체로 현 방송국 협조에 불만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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