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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표현의 자유 막았는데 겨우 3년?”…블랙리스트 ‘솜방망이 처벌’에 들끓는 여론

“표현의 자유 막았는데 겨우 3년?”…블랙리스트 ‘솜방망이 처벌’에 들끓는 여론

이소연 기자입력 : 2017.07.28 11:45:36 | 수정 : 2017.07.28 16:39:31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세월호와 청와대를 합성한 이미지로 예술제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슬로건은 ‘절대반역’이었죠.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매년 정부로부터 지원받던 다원예술기금이 끊겼습니다. 기금 심사를 담당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사무처 직원은 ‘오랫동안 진행된 축제이기에 더 이상 지원금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독립예술제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지난 2015년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습니다. 이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부 문건에 ‘문화예술분야 영향력 있는 주요 정치적 편향단체’로 분류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소문으로만 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민낯이었습니다.

법원은 27일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용한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함께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김상률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신동철 전 대통령 정무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가 문체부를 통해 예술위에 하달됐다. 지원 배제 행위가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행됐다”면서 “무엇보다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 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다. 그 피해 정도는 쉽사리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권력을 남용,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형량은 예상보다 낮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과 김 전 비서관에게 징역 6년, 김 전 장관·신 전 비서관·정 전 차관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실제 선고는 검찰의 구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되기까지 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문화·예술인을 길들이기 위한 채찍이었습니다. 문화·예술계의 붓을 꺾고, 입을 막게 하는 조치였죠. 서울연극제는 지난 2015년 공연장을 빌리지 못하는 ‘대관 탈락’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연극제를 시작한 지 36년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예술위의 전신이었던 한국공연센터는 서류 미비 등을 이유 들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연극제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단체였습니다. 연극인들이 지난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도 침해당했습니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은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전시 불허 판정을 받았습니다.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작품입니다.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또한 방해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잡음이 일었습니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극장이 정부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는 ‘극장 블랙리스트’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문화·예술단체인 문화연대는 “예술가들이 고통받았던 시간만 해도 3년이 넘었다”며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된 것에 대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이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빼앗고, 시민에게서 문화적 향유의 권리를 빼앗은 사회적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블랙리스트 혐의와 관련한 반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적이 없다. 노구를 이끌고 나라에 봉사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낮은 형량에 대한 분노를 표했습니다. “고작 징역 3년에 집행유예라니. 도대체 대한민국의 법은 누굴 위해 존재하냐” “국민의 눈높이에서 분노가 사그라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라면 10개를 훔친 사람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나라는 어지럽히더라도 라면은 훔치면 안 되나 보다” 등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학문·예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블랙리스트의 운용은 이러한 원칙을 무너트린 범죄입니다. 여론은 사법부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죄의 무게에 상응하는 처벌은 어려운 일일까요.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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