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기업인 간담회가 남긴 것

기사승인 2017-08-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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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기업인 간담회가 남긴 것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지난달 27~28일 이틀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가 끝이 났다. 이번 간담회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캐주얼함을 살린 호프데이'와 '칵테일타임'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겠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전하며 분위기를 한껏 누그러뜨렸다. 기존의 줄서서 악수를 받던 권위 어린 형식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럼에도 무게는 있었다. 단순한 ‘상견례’ 정도라기보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간담회는 이번 정부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둘 지 기업인들에게 확고하게 인식시키려 한 간담회였다. 부드러운 방법을 통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었다.

맥주와 안주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의 맥주를 준비했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구이를 안주로 놓으며 갈등이 있어도 풀어가자는 의미를 전달했다.

또 100대 기업 밖이지만 사회공헌과 모범적인 납세로 인기를 얻은 오뚜기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사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사회공헌과 성실납세 등의 가치들에 새 정부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간담회 인사말에서도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미션을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에게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심 키워드로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공정 경제’ ‘혁신 경제’ 네 가지를 꼽았다. 기업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OECD 국가들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고민인 만큼 새 정부의 경영철학에 공감해 주기를 부탁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새 정부에 맞는 이야기 주제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법인세 인하나 공정거래법 완화 등의 이야기는 자연히 나올 새도, 나올 수도 없었다. 당연했다. 새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아 자리를 경색시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과 결부된 총수의 재판이 예정되어 있는 삼성이나 롯데조차 부탁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지난 정권에서 '청탁' 혐의로 곤욕을 치른 만큼 이 자리에서의 이야기도 청탁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새 정부의 취지와 반대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번 간담회로 기업인들은 ‘새 정부가 원하는 것’을 보다 직접적이고, 공식적으로 알게 됐다. 문 정부가 ‘부드러움’을 표방했지만 사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한 방법으로 기업들에게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정말 정부가  소통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은 보여줬다.

간담회를 통해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철학을 기업인들에게 확고히 인지시켰다. 이제는 그 의지가 기업들로부터 실행이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다. 앞으로 기업들이 새 정부의 정책에 어떻게 호응해 나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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