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세대, 더 어려워진 내 집 마련의 꿈

기사승인 2017-08-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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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2030세대, 더 어려워진 내 집 마련의 꿈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대한민국 서울에서 2030세대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꿈같은 이야기일까. 갈수록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집 사기를 아예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고 한푼 두푼 열심히 모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2030세대들은 실업난에 쫒겨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대학 등록금 빚 갚기에 허덕인다. 여기에 월급은 제자린데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집을 안사는 것이 아니라 못 사게 된 것이다.

사실 내집 마련은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비싼 자산이었다. 다만 과거와 현재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스스로 열심히 모아 집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안먹고 안쓰고 숨만 쉬어도 얻기 힘든 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대가 월급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12년 6개월을 꼬박 모아야 서울의 평균 아파트(5억5480만원, 한국감정원 시세 기준)를 살 수 있다고 한다. 2013년 약 11년 6개월이던 내 집 마련 기간이 2년 사이에 1년이나 늘어났다.

그나마 이것도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371만원)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나온 통계다. 생활비와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돈을 감안하면 실제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지 않은 일명 흙수저는 내 집이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은 2030세대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또 한번 꺾었다. 이번 대책으로 2030세대는 당첨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그나마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당첨 확률은 거의 희박하고, 집값을 조달할 대출도 막혔다.

대책 시행으로 오는 9월부터 서울에서 분양되는 모든 신규 주택이 청약가점제로 배정돼 상대적으로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의 당첨 확률이 희박해 졌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민영주택의 전용 85㎡ 이하 분양 물량도 100% 가점제로 분양된다. 그러니까 그동안 시행되던 추첨제 방식이 사라지면서 뽑기에 당첨될 확률조차 사라진 것이다.

또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부양가족수(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등을 합한 점수가 높은 사람을 당첨자로 선정된다. 이중 부양 가족수는 기본점수 5점에 1명이 증가할 때마다 5점이 가산돼 6명 이상이면 만점이 되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라면 점수를 얻기 힘들다. 그나마 정부는 생애최초, 신혼부부 등에게 특별공급에 관한 제도를 통해 특별공급 물량을 배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당첨되기 힘들다.

여기에 2030세대들은 초기자금이 낮아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40%로 뚝 떨어져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층이 주택을 매입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들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집값의 60%를 대출 없이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서민의 조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으로 규정해 혜택을 주고 있지만, 부부가 모두 대기업에 다니거나 배우자 중 한 명이 대기업에 다니면 서민에서 제외된다. 

대한민국 2030세대들이 다시 내 집 마련 희망을 품고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시대는 언제 올까. 정부는 이들이 주포세대로 절락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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