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매일 아침 상암동 MBC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 "제작거부 왜?"

매일 아침 상암동 MBC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 "제작거부 왜?"

기사승인 2017-08-14 13: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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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매일 아침 상암동 MBC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8일 MBC의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된 뒤부터 서울 상암동 일대의 아침 출근 풍경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1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PD수첩’ 제작진을 필두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노조원들이 시위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서울 월드컵북로의 MBC 건물 주변에는 수많은 MBC 제작진들이 사장직에 재직 중인 김장겸의 사퇴를 내걸고 도로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의 침묵시위, 왜일까요.

가장 먼저 제작 중단을 선언한 ‘PD수첩’의 제작 중단 계기는 윗선의 방송 불허입니다. 당시 ‘PD수첩’측은 2015년 대한민국 민중총궐기 중 집시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례부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버스 운전자 등의 사례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노동 현실에 대한 사회적 물음을 던지는 방송기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MBC 편성국과 시사제작국 측은 “편향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방송을 불허했죠. 문제는 이 같은 윗선의 방송 제작 개입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PD수첩’ 측은 “방송을 지속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했다”며 방송 제작 중단을 선언했고, MBC 시사제작국 기자와 PD들이 이를 따라 지난 2일 제작 거부를 하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난 7일에는 MBC 내부의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가 폭로됐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자료 속에는 카메라 기자들을 정치성향과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4단계로 분류한 사실이 드러났죠. 해당 단계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기자들은 ‘주요 관찰 대상’ ‘격리 필요’ 등으로 세세하게 구분했으며, 더불어 보도국 일선에서 밀려나 본 업무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회사에 ‘충성’하는 것으로 분류된 일부 기자들은 관리직으로 승진했죠.

이는 언론노조 MBC본부에서 2012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언론자유 침해사태와 맞물립니다. 정부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던 MBC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편파보도를 일삼았으며, 당시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기자들을 현장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블랙리스트로 분류하는 등 노동탄압을 일삼았다는 것이죠. 14일 김재영 MBC PD는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관리·감독 기능이 있는 공적 기구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파업과 해고, 징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MBC 사태는 노사 양측 간의 갈등일 뿐이고, 언론자유와는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회피했다.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등을 근거 없이 해고했다’고 스스로 발언한 백종문(현재 MBC 부사장)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 출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온갖 권력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언론을 가위질하다보니 MBC가 지금처럼 몰락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지역 MBC기자들 또한 14일 오전 6시부터 서울 MBC로 무기한 기사를 송고 거부하겠다고 밝혔죠. 지역사와 네트워크 체제를 이루는 MBC는 각 지역 소식을 지역사로부터 받고 있어, 뉴스 제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MBC기자회는 지역의 소식이 현재 파업 중인 서울 MBC의 뉴스 대체용 기사로 전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송고 거부했음을 밝혔습니다. 또 기자회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우리는 그 어떤 차별을 위한 등급에 반대할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향하는 모든 재갈에 끝까지 함께 손잡고 저항할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가 사측에 요구하는 가장 큰 해결책은 김장겸 사장의 해임입니다. 김장겸 사장은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의 박사 논문 표절, 노무현 NLL 녹취록 보도 등 박근혜 후보의 상대 후보인 안철수·문재인에 관한 불공정보도의 실질적 책임자입니다. 당시에는 정치부장을 지냈죠. 불공정 보도로부터 이어진 노동탄압, 해결을 위해서는 시작부터 짚어나가야 한다는 언론노조의 의지입니다.

MBC 사측의 반응은 어떨까요. 참으로 일관적입니다.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서는 “정체불명의 괴문서”라고 일측했죠. 이후 부실 해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회사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다음에 규명이 이어졌느냐고요? 아닙니다. 제작 거부 중인 MBC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을 대체할 경력사원을 지난 10일부터 모집 중이라네요.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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