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을 수 없는 갑질의 가벼움

기사승인 2017-08-17 15: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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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참을 수 없는 갑질의 가벼움[쿠키뉴스=조미르 기자] ‘하늘로 호랑이 잡기’라는 말이 있다. 하늘의 힘을 빌려 호랑이를 잡는다는 뜻이다. 온갖 권력을 갖고 있어 못하는 일이 없을 때를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깊은 곳까지 만연해 있다. 박찬주 전 육군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갑질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갑질, 별정우체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별정우체국은 지난 1961년 정부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개인이 시설을 갖추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정을 받아 운용하는 우체국을 말한다. 별정우체국에서 드러난 비인간적인 갑질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한 별정우체국에서는 우체국장이 10년 넘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언, 퇴직 강요, 협박 등을 했다. 이 우체국장은 기득권 유지로 직원들을 마치 자신의 하수인인 냥 다루고 있었다. 다른 별정우체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별정우체국에서는 우체국장이 업무시간에 직원들에게 농사일까지 시켰고, 또 다른 곳에서는 성차별적인 발언과 종교 강요 등이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된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해당 직원들 모두 수년간 참고 견디다 겨우 용기를 냈다는 점이다. 별정우체국 직원들은 기자에게 갑질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또 해당 우체국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내부고발자로 찍혀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정우체국의 경우 일반 우체국과 달리 우체국장이 임명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별정우체국에서는 비정상적인 친인척 채용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실제 우정사업본부의 ‘2016 별정우체국 국장 및 직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745국 중 33%에 이르는 247국에서 친인척 직원이 채용됐다. 또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 제8조 1항에는 자진 반납 등의 사유로 별정우체국 폐국시 해당 우체국 직원의 퇴직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우체국장은 직원들에게 무분별한 압력·협박을 일삼을 수 있었다. 별정우체국 직원들이 우체국장의 갑질에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침묵했던 이유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감사실에 의뢰해 별정 우체국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면서 “부적절한 상황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별정우체국에 대한 갑질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별정우체국의 갑질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과거의 갑질로 돌아가느냐, 새로운 별정우체국으로 나아가느냐는 개선 의지에 달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우체국 직원들의 울부짖음에 우정사업본부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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