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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일상예찬-⑥] 치매 남편과 함께하는 삶

나는 치매 남편의 24시간 주치의

송병기 기자입력 : 2017.08.20 05:00:00 | 수정 : 2017.09.18 15:18:15

대한치매학회 제공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치매(癡呆, dementia)’. 환자에게도 가족(보호자)들에게도 충격을 주는 말입니다. 지난 2013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남편이 6개월여의 치료과정에서 단기기억상실이 나타나 ‘치매’라는 추가 진단을 받고, 현재 3년여간 치매 남편을 돌보고 있는 류죽자 할머니.

“처음 (남편이)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죠. 치매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서움 그 자체였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관리도 잘되고 많이 좋아져서 더 이상 감사할 수 없죠.”-류 할머니-

류 할머니는 3년 간 치매환자 남편을 돌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치매환자를 둔 보호자로서 그 동안 겪었던 자신의 시행착오와 치매환자를 돌보는 노하우, 그리고 어떻게 하면 치매환자와 보호자(가족)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다른 치매가족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며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치매는 두렵지만 극복할 수 있다

“어느날 천재로 추앙받고 존경받던 내 남편이 혹은 내 식구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당연히 당황하게 되죠. 그런데 치매는 환자도, 보호자도 잘 모르는 병인 것 같습니다.”

류 할머니는 “단순히 과거 말로 ‘노망’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질환의 진행 과정이 어떠한지 알려져 있고, 또 치료와 관리도 할 수 있다”면서 남편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공부를 하다보니 치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류 할머니는 그래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환자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치매는 빨리 발견해서 관리해야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고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의료진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드신 부모들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새 자꾹 깜빡깜빡해’라고 하면 가족들은 으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치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일찍 발견하도록 해야하는 가족들이 관심이 오히려 부족한 경우가 많죠.”

가족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치매환자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치료와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류 할머니는 4년여전 남편의 치매 진단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따라서 류 할머니는 치매에 대한 우리들의 부정적인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치매 환자를 둔 보호자로서 치매라는 것은 아무 이상이 없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제3자들이 보는 시각으로는 일종의 ‘혐오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메르스처럼 감염병도 아닌데, 치매 환자를 무시하고 경계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인 거죠. 물론 지난 3년여간 남편을 돌보면서 치매라는 인식도 많이 변했고, 우리 사회도 치매를 위해 보다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류 할머니는 더 많은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매 관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사회적인 관심도 못받고 치료와 관리도 제대로 안되는 소외된 계층의 치매환자들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을 해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치매환자 눈높이에서 존중하고 용기 북돋아야

“남편을 돌보면서 치매에 대해 정말 공부를 많이 했어요. 내가 치매환자인 남편의 24시간 이상주치의라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치매를 공부하고 남편을 돌보면서 겪었던 경험을 다른 치매가족들과 공유하기 위해 매일 일기 형식의 글을 올리는 블로그도 운영한다는 류 할머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이 아니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웃어보였습니다. 

“그만큼 내가 치매 환자인 남편을 지난 3년여간 돌보면서 느꼈던 경험들을 다른 치매 환자 보호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의료진이 진단하고 처방하고 지시하는 모든 것을 100% 이행하는 것이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눈높이에서 남편을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류 할머니가 다른 치매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치매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여전히 가족 구성원으로 환자가 스스로 존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치매환자가 단기 기억을 읿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큰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류 할머니는 “치매 환자는 사고력 전체가 낮아집니다. 따라서 환자와 눈높이 대화를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고, 그 다음이 환자를 존중해주고 북돋아주는 것이죠. 특히 치매 환자에게 ‘부정사’가 있는 단어나 말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보호자들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경우 ‘아휴 왜 그래요, 아까 말했잖아요, 아휴 내가 못살아’ 등의 보호자가 짜증을 내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류 할머니는 “이러한 말은 환자의 활기나 의기를 죽이면 보호자에게도 좋지 않죠. 반대로 환자를 존중하고 활기를 불어 넣으면 보호자에게도 긍정적인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난 3년여간 남편을 돌보면서 환자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존중하면서 환자가 용기를 낼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한 거죠. 그리고 다른 치매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꼭 이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치매환자에게 애정과 사랑으로 대하면 상태가 나빠지지 않고, 천국가는 날까지 예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호자가 그러한 정성과 사랑을 가지려는 마음이 중요하죠”-류죽자 할머니-


◇치매환자와 보호자, 치매 치료의 목적과 목표 공유해야

류죽자 할머니의 경우처럼 치매환자의 진행 상태를 늦추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관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치매환자와 가족이 공통의 치료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류죽자 할머니 남편의 주치의인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신경과 교수)을 만나 치매 관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치매 관리가 잘된 사례란 무엇인지요?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 진료 환자 중 10명 중 1~2명은 치매 진행을 늦추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약물치료도 잘 하는 경우입니다. 치매 진단 후 의료진 생각보다 잘 유지가 되는 경우입니다.

치매 관리가 잘 된다는 것 혹은 치매 관리가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인지기능 저하상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고, 보호자들도 치매라는 질환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환자들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이나 보호자들이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수적인 일입니다.

Q. 아직도 치매환자 관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은데

치매 관리에 대한 어려움이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치매 관리가 잘된 환자와 보호자들의 사례들을 많이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지장애 진단 후 병원 진료를 처음 시작할 때 대다수의 환자들은 ‘고칠수 없는 병 아니냐’, ‘내가 치료를 받으면 의미 없는 삶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모두 동일한 속도로 질환이 나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적, 환경적요인과 함께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어떠한 태도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다릅니다. 따라서 치매 관리가 잘 된 환자들의 사례를 많이 공유하는 필요합니다.

Q.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절망적이다’, ‘불치병이다’ 이런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치매 치료를 시작할 때 치료의 목적과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을 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가 되도록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면서 환자 스스로 자부심이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해야 합니다.

치매 환자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의사나 보호자(가족)들이 반드시 도와줘야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가 반드시 기억하는 것은 환자 치료 목적, 의료진이 시행하는 치료가 환자에게 주는 삶의 의미 등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과정이 더디더라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매 치료가 괴롭지 않고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songbk@kukinews.com

*영상촬영=고영준 쿠키건강TV 감독
*영상편집=홍현기 쿠키건강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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