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C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성숙된 문화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7-08-20 17: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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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C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성숙된 문화가 필요하다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e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우리에게 어색함이 없다. 90년대 후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부터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에 이르기까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단 1판의 패배도 없이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올해 예선전에서도 파죽지세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아울러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유명세를 타며 유튜브 등 매체에서 자신들의 게임 실력을 뽐내고 있다. 국내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고양감을 느낄 정도다.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반응 중에는 “한국 게이머들은 부모를 살리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상에서 상대방의 부모까지 들먹이며 욕설을 주고받는 행위를 빗댄 씁쓸한 비아냥거림이다.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익명의 이용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교류하고 경쟁하는 특성 때문에 자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환경이다. 장르 등 게임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게임 내 재화나 달성 목표가 달린 민감한 경우 갈등의 빈도는 더 높다.

실제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 다양한 국산 온라인게임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온라인을 통해 맺어진 다양한 커뮤니티도 등장했지만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현피(실제 만남을 통해 싸우는 행위)’와 같은 어두운 단면이 드리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이용자층이 즐기는 인기 게임에서 한층 악화되는 모습이다. 나이가 어린 이용자들을 ‘급식’, ‘초딩’ 등으로 부르며 비난하거나 반대로 나이든 이용자를 ‘아재’ 등으로 매도하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상대방의 성별을 비하하는 게이머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끌기도 했다.

오버워치의 경우 이 같은 진통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인기 만큼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팀을 구성하고 상대방과 대전에서 승리해 더 높은 등급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트롤(게임을 방해하는 행위)’, ‘패작(고의로 패배를 유도하는 행위)’ 등과 함께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 오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지친 이용자들은 해당 게임에 대한 애착이 식는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경제력을 갖춘 일부 기성 이용자 중에는 열린 온라인 게임 환경보다 게임 자체의 스토리와 구성 등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솔 게임이나 유료 패키지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게임 이용자 간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PC방 등에서 쉽게 인기 게임을 접할 수 있고 온라인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환경에서는 단순한 놀이의 이면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문화콘텐츠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산업의 소비자 문화로 바라볼 때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온라인 게임마다 이 같은 이용자 갈등 현상을 겪어야 한다면 인기의 지속성과 서비스의 수명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론 e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 문화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한다.

게임사들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량 이용자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용 제재를 가하는 데 더해 이 같은 보고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지속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결국 게임 이용자들이 스스로 문화적 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가상의 공간이라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태가 만연해지면 자신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스스로 훼손하게 될 뿐 아니라 아직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국내 업계에 짐을 더 지워주는 꼴이 된다. 게임사는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용자는 이를 즐겁게 이용할 자격이 요구되는 시대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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