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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란 사는 사람이 없어요"

"계란 사는 사람이 없어요"

구현화 기자입력 : 2017.08.31 05:00:00 | 수정 : 2017.08.30 17:37:11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계란이 안 팔려서 걱정입니다.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네요." 

기자가 만난 한 마트 관계자의 푸념이다. AI가 터지면서 1만원대까지 오르며 고공행진했던 계란 값은 5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계란이 잘 팔리지 않는 실정이다. 마트로서는 이 상황이 얼마나 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빨리 폐기가 되는 계란의 특성상 빨리 소비가 되어야 하는데 생산된 계란이 길에서 썩어가게 생긴 것이다.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가들은 아예 판매망이 닫힌 것이나 다름없어 도산 위기에 있다. 여기에 살충제 계란이 나오지 않은 정상적인 농가들도 계란이 안 팔려서 함께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부분 마트의 경우 안 팔린 신선란을 반품하지도 못하고 폐기를 떠안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고 한다. 농가의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트의 경우 정부의 시책에 따라 계란 값을 더 낮춰서라도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를 놓고 마치 채널간 가격 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한 마음도 이해한다"며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계란 거부'에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명한 계란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어서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탓이다. 실제로 살충제 계란 사태를 짚어보면 정부의 부실한 조치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무더위와 겹쳐 AI가 심각해지면서 농가마다 살충제를 더 많이 뿌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방역 작업을 하느라 예전보다 살충제를 더 많이 쓰게 되면서 살충제 계란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살충제 계란 사태는 AI에 혼비백산해 계란에 대한 감시는 소홀히 하면서 계란 등 부산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게 둔 정부의 책임이 일차적이다. 

여기에 '살충제 계란' 사태를 대하는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손발도 어긋났다. 농가 도산을 막으려는 농식품부와 계란 품질검사를 실시하는 식약처의 손발이 안 맞았다. 식약처는 문제 있는 계란을 빠른 조사 후에 곧바로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살충제 계란의 농장명이 아니라 많은 농장에서 납품하는 회사 브랜드명이 나오는 등 해프닝도 발생했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급하게 조사하느라 살충제 계란이 맞는지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 멍드는 것은 닭을 키우는 농가들이다.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지금 농가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하랴. 이제는 열심히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정부는 농가가 도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이번 살균제 계란 파동으로 아예 축산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선언했다. 신규 농가에 농물복지형 축사를 적용하고 2025년까지는 기존 농가에서도 이런 형태의 축사를 짓도록 의무화했다.

또 농장별 사육환경을 계란 껍데기나 포장지에 나타내는 사육환경 표시제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추석 때까지 이 같은 '계란 거부'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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