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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보호 정책 대책 마련 시급

철도산업 보호 정책 대책 마련 시급

이훈 기자입력 : 2017.09.09 05:00:00 | 수정 : 2017.09.11 07:04:27

최근 중국 내 에너지, 철강, 해운 등의 업계에서 국유기업끼리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국유기업 간 합병은 석탄, 화학, 철강 등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는 업종과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철강 기업인 바오강그룹과 우한그룹이 합병해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의 초대형 철강 기업이 탄생했다.

이 밖에 중국 최대 화학 업체인 중국화공과 대형 석유화학 업체인 중국중화집단공사도 내년 합병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독일 BASF를 뛰어 넘는 세계 1위의 화학 공룡이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합병은 대내적으로 과잉생산을 줄이고 과당경쟁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로는 대형화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기업간 합병을 통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가적 노력은 철도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궈난처(CSR)와 중궈베이처(CNR)를 합병 시켜 중국중차(CRRC)를 탄생시켰다. 합병 전, 2014년 매출 기준 세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이 CSR 18.9%, CNR 15.6%로 각각 1, 2위를 기록할 정도의 거대한 기업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 입찰과 기술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토대로 두 기업을 합병 시켰다.

철도 완성차량 제작업체를 보유한 글로벌 국가들도 공급과잉과 경쟁심화에 따른 자국 철도산업 보호를 위해 1국가 1기업 체제를 유지해 자국 철도 산업을 보호 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은 1국가 1기업 체제로 내수 물량 집중 지원 정책을 펼쳐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차량 기술을 보호하고 해외 수출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이런 체제와 규정이 없다. 우리나라 철도차량 제조사업은 1998년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 주도로 대기업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에서 1사 체계로 바뀌어 1국가 1기업 체제로 전환했다. 과잉설비에 따른 업체간 출혈경쟁과 이에 따른 R&D 투자여력 상실로 인한 국가적 결정이었다.

과거 1국가 1기업 체제 전환에 성공했지만 철도 선진국들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 철도차량 제작사를 포함해 다시 3사(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경쟁체제로 출혈경쟁 중에 있다.

2015년 3월 서울메트로에서 발주한 서울2호선 전동차 200량 입찰과 지난 6월에 인천시에서 발주한 7호선 연장선 16량 사업, 7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한 진접선 50량 사업, 7월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주한 서울2호선 214량 입찰에서도 3사(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가 입찰 지원했다. 2015년 2호선, 7호선 연장선, 진접선, 2017년 2호선 사업의 낙찰률(발주처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은 각각 82.8%, 70%, 63.2%, 73.8% 였다.

이는 철도차량제조기업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합병 전 출혈경쟁으로 인해 낙찰률이 낮았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제한된 국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3사(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의 출혈경쟁이 심화돼 채산성을 약화 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저가 입찰제도도 출혈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기술평가는 단순 형식에 불과할 뿐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수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낮은 금액을 써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최저가 입찰제도는 저가 입찰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가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작년 소방헬기 구입시 최저가 입찰제도 때문에 안전성이 낮은 헬기가 도입될 것을 우려해 입찰 기준을 높인 적이 있다. 하루에 수천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지하철도 최저가로 입찰이 되는 만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종합심사제도를 도입해 부적격 업체를 배제하고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을 통해 철도차량 시장을 개방했다. 고속철도차량은 이미 국제입찰을 시행 중이며 경전철 차량은 외국 업체와의 경쟁구도가 형성 된지 십년이 훌쩍 넘었다. 용인, 의정부 등 전국 지자체들의 경전철 시장엔 일본의 미쓰시비, 히타치, 캐나다의 봄바르디아, 독일의 지멘스가 수주해 운영 중에 있다. 중국, 일본이 철도차량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국가들처럼 현지화, 현지생산 등과 같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미국은 철도차량 제작 시 비용 기준 60% 이상의 자국 자재 사용을 의무화 했으며 중국은 현지화 70% 및 합작법인을 의무화 하고 있다. 현지제품 사용과 현지생산을 통해 자국 산업의 수익과 고용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린 셈이다.

현재 철도산업은 좁은 국내시장에서 국내 철도차량 제작업체들끼리 제 살 깍아먹기식의 저가 수주와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철도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우리는 경쟁입찰에 따른 저가수주로 인해 경영부실의 나락으로 떨어진 대우조선을 살리려 조단위의 국민 혈세가 투입 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저가수주로 철도산업도 경영 부실이 발생되면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철도산업을 발전시키고 미래 수출성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내수를 기반으로 한 물량 확보 및 집중화를 통해 경쟁력을 육성하고 해외 업체의 진입장벽 구축 필요, 규모의 경제를 위한 내수 지원 체제 강화 필요하다.

글=현대로템 기술연구소 이병석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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