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기사승인 2017-09-07 20: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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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쿠키뉴스=조미르 기자]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은 역사를 기억하고 위로하는 의미도 있지만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경기자주여성연대가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99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 정부와 일본이 맺은 ‘2015 한일합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2015 한일합의는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타결해 최종적 종결을 약속한 합의를 말한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은 '우리 손으로 해방을’ ‘1228한일합의 무효’ ‘역사를 잊지 말자’ ‘외면 말고 사과’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미경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는 “얼마 전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 TF)를 구성했다”며 “하지만 이번 위안부 TF 결성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TF를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7월31일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합의의 경과와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의 위안부 TF를 출범했다.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도 현 정부에 날을 세우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국민들의 촛불대선으로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합의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왔다”며 “더 이상 할머니들에게 ‘기다림’이라는 폭력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참가자들은 울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외면은 국가 폭력과도 다름 없다'는 그의 말은 집회 참가자들의 눈물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다음주면 수요집회는 1300차 집회를 맞이한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35명에 불과하다. 더 이상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상처이자 폭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5 한일합의가 왜 졸속으로 합의가 됐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역사로 남을지는 정부의 손에 달렸다.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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