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제 고양시민 고철용씨 단식 끝나게 해야

입력 2017-10-17 13: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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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 중심부에 있는 일산문화광장은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호수공원이 버티고 있고, 양 옆으로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이 인접해 있다 보니 이곳에선 주말뿐 아니라 늘 사람들로 붐비고 각종 행사도 많이 벌어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곳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광장 주변 곳곳에 요진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는가 하면 중앙로 쪽 벤치에 한 시민이 붙박이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시민 고철용씨의 단식 공간이다. 고양시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고씨가 이곳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단식으로 저항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현수막 문구들에서 잘 나타난다. ‘요진 게이트 주범 최은상 구속 수사’ ‘빼앗긴 고양시 재산 6200억원 환수가 주된 내용이다.


사실 일산문화광장과 단식은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문화나 축제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는 공간에 극한 저항이나 투쟁의 상징인 단식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고씨가 단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시민들은 이런 풍경에 생경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요진 사태의 전말과 고씨의 주장을 이해하면서 그의 단식에 동조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을 대신해 고씨가 십자가를 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요진개발은 백석동에 요진와이시티를 조성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취하고도 애초 약속했던 기부채납을 피하려고 잘못된 행태를 보여 왔다. 되레 고양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쯤이면 고씨의 단식은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까맣게 모르고 있던 시민들에게 요진 사태의 내막을 알게 해줬다는 것만도 수확인데, 동조하고 지지하는 시민들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이제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바로 고씨의 단식이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의 단식을 끝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단식을 끝내게끔 주위에서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씨의 단식은 지난 13일로 열흘을 넘겼다. 그는 60대 중반의 나이다. 이미 혈당이 크게 떨어지고 손발에 부종이 생기는 등 그의 몸에는 위험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이 찾아와 단식 중단을 강권했다고 한다.

[시론] 이제 고양시민 고철용씨 단식 끝나게 해야

그런 차원에서 지금은 고양시의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시의회는 시민들의 대의기관이다. 시의회가 시민들의 뜻을 받들지 않는다면 그건 직무유기이자 배신행위다. 더구나 한 시민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다행히 고양시의회는 지난 14일 요진 사태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시의원들의 이해관계는 물론 당리당략을 초월해 진정성 있는 특위 활동을 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시의회가 떳떳하다면, 다시 말해 구린 데가 없다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고씨의 단식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재산을 찾겠다는 고상한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 물론 고씨의 그간 활동에 못마땅한 구석이 있겠지만 일단은 요진개발을 상대로 같이 싸워야 한다. 고양시 또한 구린 데가 없다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수사기관의 태도다. 고씨는 단식을 하는 중에도 자신이 제기해 놓은 고소 건에 대한 경찰 조사 방법에 불만을 표했다. 이는 애초 고씨의 단식에 상당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공정한 수사야말로 요진 사태 해결의 결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내친 김에 지역 정치인들의 요진 사태에 대한 관심도 촉구하고 싶다. 많은 시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냐고 소리치고 있다. 백석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유은혜 의원을 비롯해 4명의 국회의원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SNS 상에서 나돌고 있다.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없다면 이들 의원이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선거가 임박해 있다면 이러지는 않을 거라고 목청을 돋우는 시민들도 있다.

이제 결론이다. 어떻게 하든 고씨의 단식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위에서 어느 정도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고양시의회와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 약속과 지역 정치인들의 개입 등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면 의외로 쉽게 요진으로부터 고양시의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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