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스스로 논란 자초한 류영진 식약처장의 입

이낙연 총리의 촌철살인과 류영진 식약처장의 자승자박 '말말말'

기사승인 2017-09-17 16: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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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寸鐵殺人)’은 날카로운 쇠붙이 등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의미로, 짧은 말 한마디로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자승자박(自繩自縛)’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묶는다는 의미로,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는 뜻이죠.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이 화제가 됐죠. 당시 정부를 상대로 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총리는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하고 다소 엉뚱한 질문이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차분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이 총리가 간단명료한 답변을 할 때마다 의원들은 다소 당황스러워 추가 질문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죠. 네티즌들은 ‘이 총리 사이다 발언’, ‘우문현답’이라며 박수를 보냈고, 정치권에서도 ‘총리의 언어가 변했다’며 긍정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공직자로서 제시하는 ‘말 한마디’가 왜 중요한지, ‘촌철살인이란 어떤 것인지’ 이 총리가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요?

반면 지난 한 달 동안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민들에게 제시한 몇 마디의 말은 귀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와 의약품 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과연 자질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살충제 달걀’, ‘생리대 안전성 논란’ 과정에서 주무부처 장으로서 류 처장의 ‘말’은 스스로를 곤경에 처하게 한 ‘자승자박’ 발언이 됐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류영진 처장에 국회에서 도대체 어떤 발언을 했는지, 그리고 왜 논란이 됐는지 그래서 국회 회의록을 찾아봤습니다.

▲8월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취임 후 처음 출석한 국회에서는 류영진 과거 자신의 발언(정확하게는 SNS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했습니다.

(류영진 처장) “업무보고에 앞서 먼저 개인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과거 자연인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페이스북 글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의 의무와 품위를 엄중히 지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날 의원들은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해 류 처장을 강하게 추궁했습니다. 취임 후 가진 8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살충제 달걀) 이 부분은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 먹어도 좋다. 살충제 계란은 우리에게 없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죠.

결국 류 처장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기자간담회에서 그 당시에 유럽 계란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불안하고, 제가 보고받기로는 그전부터 식약처에서 60건 전수조사를 해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태로서는 국내 계란은 안전하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위원님이 지적하신 부분 공감하고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8월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8월22일 국회운영위원회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22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업무파악이 안됐고,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류 처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합니다.

21일 예결위에서 김성원 의원의 질의에 이 총리는 “저는 식약처장이 빨리 업무를 장악하고 완벽한 보고와 설명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이장우 의원이 식약처장 해임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이 총리는 “예, 식약처장이 최단시일 내에 업무를 완전히 장악해 주기를 바랍니다. 만약에 일정 시점까지도 그것이 안 될 경우에는 저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드리고요”라고 말했습니다.

8월22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류 처장의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지금 이번 계란 파동은 상당히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류영진 식약처장이 초기에 업무 파악이 좀 부족하고 또 부적절한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들의 염려를 키운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친절한 쿡기자] 스스로 논란 자초한 류영진 식약처장의 입▲8월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짜증’, ‘언론 탓’ 등과 함께 국회에서의 발언 과정에서 웃음(미소)을 보인 류영진 처장의 발언에 집중포화가 쏟아진 날입니다.

이달도 살충제 달걀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는데요, 홍문표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류 처장이 살짝(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미소를 보입니다. 홍 의원과 류 처장의 질의 답변입니다.

홍 의원=“지금 웃음이 나와요? 예?”, 류 처장=“없습니다”, 홍 의원=“아니, 웃음이 나오느냐고요”, 류 처장=“죄송합니다”, 홍 의원=“가소로운 질문입니까?”, 류 처장=“죄송합니다” 결국 홍 의원이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 이 엄중한 현실을 본 위원이 묻는데 웃음으로 비웃는 것은.”이라고 하자 류 처장은 “웃은 건 아니었습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어 이양수 의원의 질의에서 문제의 ‘(이 총리) 짜증’ 발언이 나옵니다. (류 처장) “국무회의 석상에서 농식품부하고 식약처가 발표를 하는데 다시 변동이 되고 변동이 되고 하니 국무총리님께서 좀 짜증을 내셔서 ‘차라리 발표하지 마라’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언론이 오락가락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정인화 의원이 “식약처장님의 일련의 오락가락하는 행태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엄창난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 아세요, 모르세요”라고 묻자 류 처장은 “오락가락하는 것은 언론에서 만들어 낸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결국 정 의원은 “지금 울상이 되고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답변해도 국민으로부터 질책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 답변하는 태도가 정말 유감입니”라고 말합니다.

과거 류영진 처장의 발언에 대한 지적도 이날 나왔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최순실이 전속 호스트 다섯 명 데리고 놀았다는데 박근혜 빼고 혼자만 놀았다면 참 의리 없는 년이다’ 이런 글이 있어요. 이게 류영진 처장님의 페이스북에 올라 있었다는데 맞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류 처장) “자연인으로서 있으면서 페이스북 글을 쓴 중에서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어 안 의원은 “이게 하여간 류영진 처장님이 써서, 그것도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막걸리 한 잔 먹고 친구들이랑 한 얘기가 아니라 SNS에 올려서 전 국민이 보라고 쓴 거예요. 이 글을 오늘 아침에 보고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류 처장) “자연인으로 있으면서 올린 글에 대해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이제 공직자가 되었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에서 여야 위원님들 말씀 잘 들어서 식약처를 중립적으로 잘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류 처장은 8월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야다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죠. 이날 현안 질의에서 류 처장에 대해 살충제 달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류 처장은 난감한 표정에도 “(의원들의) 말씀을 새겨 열심히 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죠. 항상 자신의 말을 함에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공직자에게는 더욱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스스로를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류영진 처장 자신입니다.

*마지막으로 류영진 처장에 대한 이낙연 총리의 판단입니다. 지난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대정부 질문에서 박인숙 의원과 나눈 질의 응답입니다. 박 의원이 “류 처장이 잘하고 있느냐”라고 묻자 이 총리는 “아쉽다. 자유인으로 너무 오래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어 박 의원이 “류 식약처장은 자질이 부족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묻자 이 총리는 “류영진 처장이 사회 통념에 의해 조속히 업무를 파악하길 바란다. 주시하고 있다. 자유인으로 살아온 기간이 길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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