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질병에도 가계도가 있어? 가족력 질환

기사승인 2017-09-18 1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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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질병에도 가계도가 있어? 가족력 질환[쿠키 건강칼럼]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면 서로 건강에 대해 묻곤 한다. 큰형님의 고혈압은 어떤지, 동생의 당뇨병은 관리 잘하고 있는지, 뇌졸중으로 입원한 작은아버지의 병세는 어떤지 등 친척들의 건강 소식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어떤 병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유전은 아니지만 특정 가족에게만 잘 나타나는 취약한 질환이 있다.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는 셈이다.

◇직계 3대 중에서 2명 이상 걸리면 가족력 질환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거나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병한다면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한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이 될 수 있지만 이들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상 유전자의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한다.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록색맹 등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 있으나 대체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반면 가족력 질환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습관,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가 원인인 셈이다.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부모 고혈압이면 자녀 고혈압 확률 50%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 등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위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부모나 가족 중에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이다. 이런 요인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배가 되는 것이다.

 당뇨병도 부모 모두 증상이 없을 때보다 한쪽이라도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병 확률이 크게 노아진다. 부모 중 한쪽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에 이른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는 30~40%까지 당뇨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고혈압도 부모 모두 정상일 때는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 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이면 50%까지 올라간다.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한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2~4배가량 높다.

◇식생활 등 생활습관 고치면 가능성 뚝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을 고쳐서 혈압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식품 섭취를 줄이는 등 식생활을 개선하도록 한다. 만약 직계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유방촬영, 위내시경, CT, 유전자 암표지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에서 40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젊은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한다. 질환이 부모 대에는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조부모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부모가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자녀가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연령대별 추천 검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에서 독립하는 등 환경 변화가 큰 20대부터는 해마다 기본건강검진이 권장된다. 남성은 혈압과 위내시경, 갑상선, 흉부촬영 검사가 적합하고 여성은 기본검진과 필요에 따라 자궁 및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30대에 들어서면 여성은 남성보다 조금 더 빨리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남성은 간 기능 저하나 고혈압 등으로 건강상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개 이런 증상은 당장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나 일찍부터 관리하는 것이 성인병 예방에 좋다. 30대 남녀는 기본검사를 바탕으로 불편감을 느끼는 부위에 관련한 검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40세 이상 남성은 6개월~1년 간격으로 간암, 폐암 검사, 전립선 검사가 권장되고 40세 이상 여성은 갑상선, 폐암, 자궁근종 검사를 권유한다. 40대부터는 당뇨병, 고지혈증, 성기능 장애,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위암과 간암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스스로의 몸을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50대부터는 매년 대변검사,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실시해 대장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부터는 퇴행성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관절 통증을 느낄 경우에는 검진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100세 시대가 다가온 만큼 연령대별 정확한 선별검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적기에 점검하고 의사의 진료하에 조기에 필요한 처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남보다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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