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실화(實話)로 드러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진실 규명 될까

실화(實話)로 드러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진실 규명 될까

기사승인 2017-09-20 1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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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실화(實話)로 드러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진실 규명 될까

배우 문성근, 방송인 김미화가 연달아 검찰조사에 출석했습니다. 두 사람은 최근 문제로 불거진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피해를 받은 당사자입니다. 문성근과 김미화는 각각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피해 정황을 진술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지난 11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만든 블랙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이 명단에는 문화·연예계에 몸담은 인물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물과 단체에 퇴출 압박을 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국정원은 명단에 오른 연예인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소속사 세무조사를 추진하고, 온라인에서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행위는 2013년까지 이어졌죠. 이 과정을 당시 정부에 보고했다는 정황도 밝혀졌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총 82명으로 분야도 다양합니다. 김구라·김제동 등을 포함한 방송인 8명, 문성근·명계남 등을 포함한 배우 8명, 이외수·진중권 등 문화계 인사 6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영화계 인사 52명, 윤도현·김장훈·故 신해철 등 가수 8명입니다. 이토록 많은 인물이 당시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활동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은 것입니다.

이 중 가장 먼저 검찰조사에 소환된 것은 배우 문성근입니다. 문성근은 지난 18일 검찰에 출두하며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문성근은 배우 김여진과 함께 합성 사진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두 사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음란물을 제작해 온라인에 유포한 것이죠. 문성근은 이에 관해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 극우 커뮤니티 수준과 같다는 의미”라며 “국격을 있는 대로 추락시킨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직접 소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배우 김여진 또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SNS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김여진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오늘 오전 조용히 검찰에 다녀왔다.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실제 국정원 문건을 보니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졌다”며 “그래도 설마 직접 그랬겠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들이 직접 그랬더라”라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인 김미화는 19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이명박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 현실이 어이상실”이라며 “대통령이 하달하면 국정원에서 실행했고 방송국 간부, 사장들이 충실히 이행하면 국정원이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것을 실행하도록 시킨 대통령이 정말 실화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죠. 김미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한 인물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피해를 받았던 연예인들은 진실을 밝히고자 용기를 내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이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카메라 앞에 설 때입니다. 9년 전 블랙리스트의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했던 사람들은 이런 날이 올 줄 예상했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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