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인권 외면하는 ‘경찰개혁위원회’

기사승인 2017-09-20 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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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인권 외면하는 ‘경찰개혁위원회’지난 6월 16일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위원장 문경란)는 총 6차례의 회의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과 관련해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마련했고, 9월 1일 전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 9월 7일에 이를 발표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법령개정, 실무지침 마련 등 세부 실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권고안은 집회·시위 보장 강화, 온라인 신고제 도입 등 신고 절차 간소화, 금지 제한, 살수차 및 차벽 사용 원칙적 금지, 채증 제한, 경찰 개인 별 식별 표지 부착 등 그간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과정에서 인권침해로 지적되어 온 사안에 대한 포괄적인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는 ‘의무경찰의 집회·시위 동원’문제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고안 어디에도 의경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고, 회의 과정에서도 논의된 바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11월 11일 군인권센터는 현직의경 9명 등 진정인 747명과 함께 ‘의무경찰의 집회·시위 동원’이 위헌, 위법임을 골자로 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진정의 요지는 의무경찰을 집회·시위 진압 업무에 투입하는 일은 법령이 규정한 의경의 임무인 ‘치안보조업무’를 넘어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인 점, 미숙련 경력인 의경에게 진압 업무를 맡기는 것은 의경과 집회·시위 참가자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침해하는 것인 점이었다.

이에 인권위는 2017년 7월 31일에 위 진정에 대해 ‘집회·시위 대응을 위해 의무경찰 대원을 동원하는 경우에 ‘치안업무 보조’라는 본래의 의무경찰의 임무에 맞게 배치 위치·배치 시간·휴식 부여 등 의무경찰 대원 운용 전반에 대해 적절한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에서는 의무경찰제도가 2023년 폐지된다는 것을 이유로 의경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발표했던 9월 7일 새벽, 성주 사드 반대 집회에 모인 주민 등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키는 진압 작전에도 의경들이 동원되었으며 심지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앞줄에 있던 의경들은 뒤에 있는 경력이 밀어대는 통에 압사의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곧 폐지된다는 이유로 남은 5년 간 반인권적인 의경 집회·시위 투입을 좌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수의 의경들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고, 무리한 진압 작전 속에서 ‘치안보조업무’를 넘어서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가 이들을 외면하고 회의 안건으로조차 다루지 않았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군인권센터는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 회의록’과 최근 5년 간 ‘의무경찰 집회·시위 투입 임무 중 부상자 통계’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뿐 아니라 의경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개혁이 절실함을 주지해야 한다. 올 초부터 서울지방경찰청 1, 2기동단, 대구지방경찰청 등에서 불거지고 있는 의경 인권침해 문제, 마비 상태에 가까운 내부 고충 처리 시스템과 사건 발생 이후 네 달이 지나도록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고 있지 못한 ‘故 박현수 일경 사망사건’ 등을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는 데에도 머리를 모아주기 바란다. 의경이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았을 지라도 그의 인권이 유보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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