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선선한 날씨에도 계속된 상암벌 ‘잔디 지뢰’

선선한 날씨에도 계속된 상암벌 ‘잔디 지뢰’

기사승인 2017-09-25 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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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소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좀처럼 잔디 관리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경기에선 어김없이 잔디가 말썽을 일으켰다. 경기 시작도 전에 잔디가 들려 경기장 여기저기에 널브러졌고 선수들은 이를 피해 다니느라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없었다.

급기야 수비수가 잔디에 걸려 넘어져 상대팀이 결정적인 찬스를 얻는 상황이 발생했다. 후반 22분 드로잉 상황에서 서울 수비수 신광훈이 공을 터치하다가 잔디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미끄러졌다. 근처에 있던 포항 공격수 이광혁은 이를 놓치지 않고 양동현에게 공을 내주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슈팅은 급히 골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 신광훈에게 간신히 막혔다. 그 뒤 잔디가 움푹 페인 장소는 잔디가 볼썽사납게 튀어 나와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든 ‘금기의 땅’이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깔린 켄터키 블루글라스는 한지형 잔디(양잔디)로 섭씨 15~25℃에서 가장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전후로 노랗게 변하는 한국(조선)잔디가 축구장 잔디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대부분 축구경기장이 양잔디로의 교체를 감행했다.

질적으로는 좋아졌지만 한국 기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는 7~8월경 국내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양잔디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 잔디 업계 관계자는 “7~8월은 어쩔 수 없다. 모든 경기장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이 시기에 K리그가 휴식기를 갖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될 정도로 잔디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 외 시기에는 양잔디 관리가 괜찮은 편이다. 9월 중순 즈음 잔디는 서양 축구경기장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전했다.

9월 말에 접어들었지만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여전히 ‘잔디 비수기’에 있다. FC 서울은 지난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치른 뒤 15일여 동안 경기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전이 있었던 지난 9일부터 포항전을 치른 24일까지 평균 기온은 19~23℃였다.

[옐로카드] 선선한 날씨에도 계속된 상암벌 ‘잔디 지뢰’

유독 상암 경기장이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확히는 운영처의 관리 방식을 따져봐야 할 테지만 배수라든지 잔디 온도 조절 같은 데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문화행사 등 대관 횟수가 잦으면 그 또한 잔디 컨디션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고 추측했다.

상암잔디를 책임지는 서울시설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운영처에 따르면 상암구장은 공공 체육시설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개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문화·예술·종교행사에 대관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다만 매해 평균 10회 대관하던 것을 올해에는 3회로 횟수를 대폭 줄였다고 했다. 이 마저도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기에 한해서 대관을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 잔디관리 부실은 외부의 문제만이 아닌 셈이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다면 한국축구경기장의 간판과도 같은 상암구장은 ‘축구시합에 가장 부적합한 시설’이란 오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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