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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풀무원 남승우 대표의 마지막… ‘오점’ 아닌 ‘방점’ 찍어야

풀무원 남승우 대표의 마지막… ‘오점’ 아닌 ‘방점’ 찍어야

조현우 기자입력 : 2017.09.27 14:01:40 | 수정 : 2017.09.27 14:01:44

바른마음은 풀무원 조직문화의 뼈대이자 경영이념으로 1982년 정심(正心), 정농(正農), 정식()의 사훈으로부터 출발했다. 이를 풀무원 조직원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으로 일반화한 것이 바로 신뢰(Trust)·정직(Integrity)·연대의식(Solidarity)·개방(Openness)의 머리글자를 딴 TIOS, 바로 바른마음경영이다.

풀무원은 공동 창업주인 원경선 원장이 1955년 경기도 부천에 설립한 풀무원농장이 그 시초다.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운영한 원 원장은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생산으로 이어졌다. 환경운동, 생명보호운동, 평화운동 등으로 진보한 그의 신념은 대표적인 식품기업이 된 지금도 풀무원의 철학으로 내려오고 있다.

1984년 풀무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남승우 대표이사도 이러한 철학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사람들은 연평균 15000억원대의 내노라하는 식품대기업이 된 것도 창업주의 철학을 그대로 간직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 대표는 올 연말 30여년간 지켜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와 동시에 가족승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약속도 지켰다. 올해 2월 이효율 대표이사를 선임해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연말 남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나면 이효율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풀무원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별을 앞두고 있는 남 대표의 마지막 수년은 핵심이념인 바른마음과는 거리가 멀다.

2015년 남 회장은 앞선 2008년 지주회사인 풀무원홀딩스가 풀무원 주식을 100% 공개매수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자녀 명의 등으로 개설된 차명계좌로 풀무원 주식을 매입해 3797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대법원에서 이를 남 대표의 부당이익으로 보지 않고 파기환송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부는 남 대표에게 집행유예 2년과 추징음 278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해에는 화물 지입차주들과의 마찰로 10여개월 가까운 기간동안 장기 파업이 일어났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와 물류운송 계약을 맺은 화물연대소속 지입차주 40여명은 2015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개월간 도색유지 서약서 폐기를 주장하며 파업과 농성을 계속했다.

해당 지입차주들은 충북 음성물류사업장 등 6차례 폭력집회 과정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료 차주들의 화물트럭 65대를 파손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중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풀무원 측은 이로 인한 피해가 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선식품 보관과 유통, 허위과장광고 등에 대한 화물연대 폭로와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기업이미지도 막대한 손상을 입었다.

상품권 밀어주기정황도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학교 영양사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혐의로 계열사인 푸드머스에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푸드머스와 10개 가맹사업자는 식자재 납품을 위해 20126월부터 4년간 수도권 148개 학교 영양사들에게 총 47491만원의 백화점·마트 상품권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푸드머스는 식자재 구매량에 따라 더 많은 상품권을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실제로 이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대표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영장 이론에 통감한다고 밝혔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대다가 수영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독특한 경력과 풀무원 대표로서의 역할수행은 이러한 급작스럽게 내던져진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연이든 단역이든, 어떤 배우도 도망치거나 숨듯 무대에서 내려오지는 않는다. 수영장에 빠진 채 허우적대며관객들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경영자로서 자리를 잘 마무리하고 떠나는 것은 그간 자신과 함께 일해온 주변인들에 대한 예의다.

30여년간 한 기업에 몸 담고 헌신해온 경영인이 자연인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은 오점이 아닌 온전한 방점을 찍는 일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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