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활동 어려움 겪는 ‘염증성장질환’ 환자…치료비 지원 늘려야

기사승인 2017-09-27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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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학업과 업무, 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비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환자 절반 가량은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었고, 10명중 8명 가량은 질환 때문에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장연구학회(회장 진윤태·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2017 행복한 장(腸) 해피바울 캠페인’ 일환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10세~65세의 국내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 590명(남성 330명, 여성 260명)을 대상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질환 관리 행태를 살피고,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 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이 93.2%였다. 똬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46.9%)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77.8%, 현재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환자 중 질환으로 인해 직장생활 혹은 학교생활을 중단했다는 응답도 76.2%로 확인돼 질환이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희귀질환관리법 제정에 따른 정부의 산정특례 대상 질환 조정 작업과 관련해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응답 환자 98.9%가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클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고충도 커 우울감·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7.3%,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52.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경제적 타격 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경우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질환에 따른 치료비 부담은 높고,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는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9%가 한 달 평균 치료 비용이 50만원 이하라고 답했지만, 50~100만원을 지출한다는 비율도 20.7%였다. 또 최근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 급여화를 통해 공공의료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알아본 결과, 비급여 치료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45.4%, 비급여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30.0%였다.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환자도 32.9%나 됐고, 83.2%는 치료비 부담으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치료비 부담은 높은데 반해 소득은 평균보다 낮았다. 본인 소득을 기준으로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이 46.9%에 달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환우만을 대상으로 산출해도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5.8%, 2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19.5%로 나타나는 등 절반이 넘는 53.6%의 환우가 한 달에 300만원 미만을 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염증성 장질환이 10~20대의 젊은 환자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의 불편함 크게 느껴, 정신적 고충도 커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들의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93.2%가 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 가사 등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가운데, 학교 또는 직장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낀다는 응답이 73.7%로 주변 사람들의 오해나 편견 해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회식 메뉴 선택 시 제한/불편함을 느낀다는 응답이 94.4%로 매우 높았다. 또한 장기여행 계획에 차질을 겪는다 90.2%, 신체 활동에 제약을 느낀다 82.0%,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에 제약을 느낀다 82.0% 순이었다.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구체적인 형태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51.2%가 6개월 이내에 염증성 장질환으로 ‘결근/결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해당 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결근/결석 횟수는 10회였다. 40.5%는 ‘조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퇴나 결근/결석의 주된 이유는 업무/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84.5%), 외래 진료(78.8%), 입원(34.9%) 순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사회활동이 왕성한 20~30대 젊은 세대에게서 더욱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환으로 인한 고충은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정서적으로 우울감/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7.3%,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52.0%에 달했다.

사회·경제활동 어려움 겪는 ‘염증성장질환’ 환자…치료비 지원 늘려야국내외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장기적 또는 평생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지칭한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 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서구 식생활 등도 요인이 되며, 환자들은 장의 염증으로 인한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해 고통받고 있다.

진윤태 회장은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난치성 질환이지만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질환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환자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충분히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회장은 “최근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분류 과정에서 산정특례 대상 질환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사회의 기둥이 돼야 할 20~30대의 젊은 환자들이 많고, 만성 중증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큰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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