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청년의 눈물 누가 닦아줄까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청년의 눈물 누가 닦아줄까

기사승인 2017-09-27 11: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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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공공기관 채용 비리, 청년의 눈물 누가 닦아줄까다가올 추석 연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고향에 내려가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는데요. 연휴 기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에 매진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은 취업준비생과 그 부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에서 공개채용 당시 청탁을 통해 입사 시험 점수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래 합격권에 들었던 이가 불합격되는 사례도 발생했죠. 

검찰은 27일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입니다. 박 전 사장은 신입·경력사원 공채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특정 응시자를 채용시켰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실제 박 전 사장의 지시로 지난 2015년 4명, 지난해 9명이 부정 채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강원 지역 국회의원들이 강원랜드에 ‘무더기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염동열 의원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권 의원은 자신의 인턴 비서로 일했던 A씨 등 10명 이상을 강원랜드에 채용되도록 부정청탁을 했다”면서 “염 의원은 80여 명의 채용을 청탁해 이 중 20~30여 명이 최종합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의원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강원랜드가 지난 2012~2013년 뽑은 신입사원 518명 중 95%인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는 내부 감사 결과도 공개됐습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은 한두 사례에 그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5일 “공공기관 53곳의 채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39곳에서 100건의 불·탈법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청년들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그나마 공정하게 채용할 것”이라는 신뢰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노력하더라도 ‘연줄’이 없으면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팽배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의 경우 지난해 춘천지검에 수사가 의뢰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4월에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당시 인사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을 뿐입니다. 청탁 배후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채용 비리 무마를 대가로 금품을 받기도 했죠. 

인사 적폐 해결을 위해서는 부정 채용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단순히 실무자 처벌에만 그쳐서는 채용 청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봐주기’가 아닌 검찰의 더욱 촘촘한 수사로 배후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청년의 노력이 배반당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정부패의 척결을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회 속 만연한 채용 비리를 엄단하는 일이 청년을 위한 정책의 첫 출발선이 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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