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실업 장기화 시대의 대안, 지역에서 창업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지원이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7-10-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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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실업 장기화 시대의 대안, 지역에서 창업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지원이 절실하다청년 실업 100만의 시대다.

청년실업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이며 이제는 일상화된 청년의 불안을 넘어, 우리 사회의 불안한 미래로 전환되고 있다. 보다 나은 교육과 기회를 위해 서울로 몰려든 청년들은 대다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노동에 편입되어 청년 빈곤 또한 심각하다.

청년 3명중 1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지옥’ (반지하+옥탑방)이나 비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로 시간에 쫓겨 잘 먹지도 못해 건강을 헤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체념과 냉소를 담은 ‘노오력의 배신’에 녹아 있듯이 청년들의 좌절이 이 시대를 뒤덮는 와중에, 최근에는 청년들의 ‘퇴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한 직장에서 이제는 퇴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모습은 오랜 청년실업 시대가 낳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노동지배사회의 장시간 노동과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시달리는 끝에, 진정한 행복과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을 ‘퇴사’를 준비한다. 경총의 ‘2016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조사’에서 1년 내 퇴사율이 27.7%였고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퇴사 이유의 49.1%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화된 청년실업 시대에 청년들은 무조건 취업하기 위해 ‘노오력’을 하고,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행복하지 않다.

청년들은 그렇게 너도 나도 탈출을 꿈꾼다. 이 상황에서 취업만이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인가를 깊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동네방네’는 쇠락해가는 춘천 원도심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지역사회의 청년들이 주도하여 창업한 협동조합이다. ‘동네방네’는 원도심의 숙박촌을 젊은 관광객들이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촌으로 바꿔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한솔 대표와 청년들은 도심투어 프로그램과 춘천 낭만시장 문전성시 사업, 토요꿈다락학교 등 전통시장 재생과 주말 문화여행과 학교, 지역 축제 등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3년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된다.

편리한 예약시스템 도입, 소박하지만 깨끗한 시설로 연간 8000명의 투숙객이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있으며,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지역화폐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과의 협업을 통해 축제를 치르며 이를 계기로 다섯개 팀이 창업에 이르기도 하였다.

지역 청년들은 삶의 다양한 선택지에 접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서울의 청년들 또한 ‘노오력’과 ‘퇴사’를 오가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과 일의 터전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어쩌면 청년들의 ‘행복한 일과 삶’의 대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의 문제 혹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이 여물어간다면, 그렇게 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이웃들과 연대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등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들이 많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러한 청년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그들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공간과 프로그램이다.

‘동네방네’의 경우도 춘천의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동그라미재단(구.안철수재단)에서 지역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조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로컬챌린지프로젝트 (Local Challenge Project)에서 자금지원을 받아 ‘봄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는가 하면 경영멘토링을 통해 청년들의 ‘활동’이 ‘기업’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지원도 받게 되었다.

최근 들어 청년들의 사회문제 해결과 연관된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서울혁신파크, 경기문화창작소, 옛세운상가 자리에 들어선 H-창의허브 등과 성수동의 헤이그라운드와 카우앤독 등이 그들이다. 지역의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들도 나름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갖춰나가고 있다. 취업이 더 이상 꿈이 될 수 없는 이 시대에 청년들을 환대하고 창업을 지원해줄 공간과 프로그램이 더 많이 청년들 가까이에 생겨나야 할 것이다. 청년들이 그 속에서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과 삶을 찾아갈 것을 응원한다. 

글= 강민정 (KAIST 경영대학 교수, 동그라미재단 LCP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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