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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말하다②] 게임, 얼마나 해야 '중독'일까

게임중독의 '회색지대' ,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전미옥 기자입력 : 2017.10.07 04:00:00 | 수정 : 2017.10.07 04:06:37

#김성례(41·가명)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온다. 주말 내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붙들고 게임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긴 이번 추석 연휴도 반갑지만은 않다. 김씨는 “밥을 먹을 때도 한 쪽에 스마트폰을 켜두고 게임을 멈추질 않는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면 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 게임을 시작하니 말릴 수도 없다”며 “친구들이랑 만나서도 늘 게임만 하는 것 같더라. 게임중독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지나친 게임(인터넷) 사용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게임 중독(과몰입) 위험 청소년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초·중·고교생 12만48명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언제든지 게임 중독에 빠질 수 있는 ‘과몰입 위험군’은 2119명(1.8%)로 2012년 1.2%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게임 중독 상태인 ‘게임 과몰입군’은 828명(0.7%)였다.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들의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초·중·고 청소년 14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은 각각 약 13만명(9.2%)에 달했다. 즉, 국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인터넷 중독 위험군에 속한다는 결과다.

‘인터넷 중독’은 병리적이며 강박적인 인터넷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게임 중독(과몰입)은 인터넷 중독의 유형 중 하나로 강박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몰두하고, 내성 등 병리적 증상을 함께 보일 때 진단 내린다. 즉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학교나 직장, 가족과 관계가 무너지고, 본인의 의지로 멈출 수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독질환으로 진단을 내리는 특징은 금단과 내성이다. '더 많이 사용하고, 더 자극적이어야 만족(내성)하고, 사용을 중단하면 불안하고 초조해(금단) 생활에 지장을 주는 현상'이 나타날 때 중독으로 진단한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중독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에서 내성과 금단 현상이 특징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중독의 경우 즐거움을 얻기 위한 알코올의 양이 점차 늘어난다. 그러나 게임은 하면 할수록 오히려 플레이 시간이 줄어든다“며 ”하루에 1~2시간 게임하던 사람이 4~6시간 게임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특별히 재미를 더 느끼거나 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많이 할수록 질려서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찾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송후림 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게임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게임은 도박과 레크레이션의 경계에 있다. 도박의 특성이 불규칙적인 보상이라면 게임의 특성은 복합적인 자극이다. 워낙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특징을 꼽기가 어렵다”며 “특히 요즘 컴퓨터 게임은 보상요소보다는 무리를 이루고, 친구를 사귀는 등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게임으로 인해 사회적인 경계선을 넘어버린 심각한 중독 환자들이 분명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회색지대도 존재한다”이라며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중독 카테고리에 넣을 것이냐, 아니면 단순한 취미로 인정하느냐는 의학적 접근이 아닌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중독 대신 게임 편용(偏用)이라는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며 ”중독이라는 용어가 게임을 병적요소로 보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소장은 “게임으로 인해 병리영역으로 넘어간 사례는 전체의 10%밖에 안 되는 데도 나머지 90%에 대해선 게임 중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문제로 취급한다”며 “편식으로 식사 밸런스가 무너졌다면 균형을 맞추면 된다. 이처럼 게임 편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치료보다는 균형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 바깥에 있다고 강조한다. 한 교수는 “게임은 여러모로 시간이 부족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최적화된 취미”라며 “게임에 과하게 빠져있다면, 그 원인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청소년들의 게임 부작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 대부분은 교육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라며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를 게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나 시간이 거의 없다. 문화예술활동은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게임은 성과가 금방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소장은 “이번 연휴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윷놀이나 강강수월레든 디지털 게임이든 함께 즐기면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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