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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딜레마 빠진 오버워치 리그

윤민섭 기자입력 : 2017.10.06 05:00:00 | 수정 : 2017.10.06 12:39:18

블리자드가 처음 ‘오버워치 리그’를 발표하면서 말도 안 되는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혹시 이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만들어냈으니 말도 안 되는 리그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프리 시즌 개막을 약 2달 앞둔 지금,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간 듯 보인다. 관련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실망에 실망을 거듭할 뿐이다. 선언했던 것들을 전부 지킬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 리그가 제대로 굴러갈까 걱정이 앞선다.

현재 오버워치 리그는 몇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1번째 딜레마는 용병 쿼터제다. 오버워치 리그 총괄을 맡고 있는 네이트 낸저는 지난 8월 서울팀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북미·유럽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용병 수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실제 리그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게임단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 이미 런던과 뉴욕 연고팀이 전원 한국인으로 스쿼드를 구성했다.

런던, 뉴욕의 오버워치 팬들은 연고지팀에 애정을 느낄까? 그럴 이유가 하등 없다. 선수단 전원이 지역에 연고는커녕, 통역사 없이는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하다. 이미 지난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전원 중국인으로 구성된 LMQ가 북미 롤드컵 대표로 출전했다가 지역팬들의 반감을 산 전례가 있었다.

네이트 낸저가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를 외치며 나타나 뒤늦게 용병 쿼터제를 도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선수단 전원이 리그 참가를 확정 지었다. 뒤늦은 쿼터제 도입은 반강제적 팀 폭파를 의미한다.

다수 지역이 한 리그에서 겨룬다는 점도 쿼터제 도입의 장애물이다. 가령 외국 선수 출전을 동반 2인까지 허용한다면, 한국인 6명이 동시 출전 가능한 서울팀이 의사소통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국인만으로 스쿼드를 꾸릴 가능성이 높은 중국 상하이 드래곤즈 역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2번째 딜레마는 컨텐더스와 오버워치 리그 간 관계의 정립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컨텐더스를 오버워치 리그의 하부 리그로 운영하려는 듯 보인다.

종목을 불문하고 2부 리그는 자체적으로 큰 상품성을 갖지 못한다. 하위 리그의 가장 큰 매력은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 관문이 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오버워치 리그는 수백억 원 규모의 자본금이 있어야만 연고지에 팀을 유치할 수 있고, 이는 컨텐더스에서의 성적이 곧 1부 리그 승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재정적으로 안정된 일부 팀들은 오버워치 리그 참가를 염두에 두고 차기 시즌 컨텐더스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컨텐더스에 참가하는 모든 팀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컨텐더스에서의 준수한 성적이 오버워치 리그 승격으로 이어진다면, 이미 수백억 원의 유치금을 낸 기존 팀이 바보가 된다.

이어지는 딜레마는 현실적이지 못한 규모의 문제다. 블리자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리그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맞대결 혹은 밀란 더비 등을 구상했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선수에게 5만 달러(한화 약 5700만 원) 이상의 최저 연봉을 보장하고, 200억 원 이상의 연고 유치 비용을 선뜻 낼 수 있는 스폰서는 전 세계를 놓고 봐도 몇 군데 없기 때문이다.

연고지가 미국에만 분포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스포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건 그곳뿐이다. 처음 몇 시즌은 미국에서만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역 연고제 리그는 홈&어웨이 경기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지난 9월 밝혔듯 오버워치 리그의 첫 시즌은 로스앤젤레스의 e스포츠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서울에 오지 않는 서울팀, 홈경기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르는 보스턴팀, 마이애미 비치에 머물면서 경기 날 맞춰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마이애미-올랜도팀에서 그 어떤 연고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오버워치 리그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다. 블리자드는 이러한 딜레마들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 혹은 실제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했어야 했다.

지난 8월 사석에서 만난 한 프로팀 관계자는 “오버워치 리그와 관련해 블리자드와 이야기를 나워봤느냐”는 질문에 “우린 잘 모르겠다. 강팀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강팀’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관계자의 소속팀은 APEX에서 8강 이상에 오른 바 있었다.

또 다른 팀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선수는 “블리자드가 선수, 감독, 팀 관계자를 모아놓고 오버워치 리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긴 했다. 그런데 ‘우리는, 할 것이다, 연고제를’ 이렇게 3마디만 하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오버워치는 선수들이 만들어나가는 게임 같다’는 말이 나온다”며 블리자드 운영에 대한 섭섭함을 표했다.

지난 8월 북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 오버워치 월드컵 옵서버 총괄 ‘알케미스터5’ 제이슨 베이커와 북미 e스포츠팬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알케미스터5’는 오버워치 월드컵 옵서빙의 질이 APEX보다 떨어진다는 팬들의 지적에 “그래, 우리가 게으르다” 또는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처럼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실망을 안겼다.

OGN 관계자에 따르면 APEX 옵서버들은 대회 개막전 수 개월 동안 ‘폐관수련’을 하며 오버워치에 적합한 옵서빙 기술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런 APEX와 오버워치 월드컵 중 어느 대회 옵저빙 방식이 더 탁월했을까. ‘알케미스터5’는 오버워치 리그의 주요 시청자층이 될 팬들과 의견이 달랐고, 끝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어떠할까.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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